사설

[사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실천한 정진석 추기경

입력일 2021-05-03 수정일 2021-05-04 발행일 2021-05-09 제 324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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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밤 10시15분 우리 시대의 큰 별이 졌다.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유언이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려한 정 추기경의 여러 행적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 준다.

바지 한 벌을 18년 동안 입을 만큼 검소함을 지녔던 정 추기경은 나눔에 있어서도 큰 모범이 됐다. 40년 동안 모아 둔 돈을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장학기금으로 쾌척하는 등 늘 나눔을 실천해 왔던 정 추기경은 선종 즈음, 통장 잔액 모두를 명동밥집과 선교장학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뇌사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 등 자신의 신체도 타인을 위해 봉헌했다.

교회법의 권위자며 매년 1권씩 책을 발간한 왕성한 저술가인 정 추기경은 ‘생명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인간생명수호를 위해서도 남다른 활동을 했다. 또한 민족화해에 대한 의지가 충만했으며, 복음화2020운동을 통한 선교활성화에도 큰 공헌을 했다.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뒤로하고 이러한 정 추기경의 신앙적인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안타까운 한 사제의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정 추기경과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 곁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려면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하고, 이러한 삶이 바로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정 추기경의 선행이 이 시대의 어두움을 없애는 데 또 다른 이정표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