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어르신 위해 미용 봉사하는 정유경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5-03 수정일 2021-05-04 발행일 2021-05-09 제 324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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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미뤄왔던 봉사 시작하니 마음 속 빚 덜어내고 기쁨 얻었죠”
내 일로 여기며 꾸준히 봉사
지역 주민센터와 연계 계획도

정유경씨는 “봉사는 그 부담감을 덜어내고 실천에 옮길 때 진정한 봉사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 마음 한 편에 있던 빚을 어르신들을 위해 미용 봉사를 시작하며 덜어내는 느낌이 들었죠. 봉사를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미용봉사를 하는 정유경(골롬바·65·제2대리구 군자본당)씨는 “매번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만 먹고 미뤄뒀던 봉사를 이번에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더 많은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찾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가 본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시작한 건 올해 4월부터였다. 그는 한 어르신이 머리 손질 비용이 부담스러워 미용실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본 뒤, 경기도 안산시 거모동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미용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도록 본당 노인대학 담당 봉사자와 양현직 본당 주임신부와 상의해 주보 공지도 했다. 봉사 날짜를 매주 수요일로 정한 것도 손님이 없어 어르신들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해서다.

정씨는 “그때 돌아섰던 어르신을 우연히 본당 미사 중에 뵀지만, 붙잡지 않은 제 자신이 부끄러워 말을 걸 수 없었다”며 “그 어르신께서 만약 기사를 본다면 한 번 미용실에 들러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씨가 어르신들에 대한 애긍(哀矜)의 마음을 가진 데는 평소 가톨릭 집안에서 조부모와 부모가 가난한 이들에게 보여 준 베풂이 바탕이 됐다. 그는 “부모님께서 행상인들을 집에 들여 물건을 사들이고, 동네 가난한 이들에게 상을 차려주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의 경험이 지금이라도 미용봉사를 할 수 있게 한 바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향후에는 본당 내 어르신들 뿐 아니라 지역 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센터와 연계해 신자·비신자 관계없이 어르신들에게 미용봉사를 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금이라도 봉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봉사’를 잘해야겠다는 거창한 마음을 먹기보단 자연스럽게 시작하며 봉사를 체득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실 제 경험상 봉사라는 것에 얽매이면 부담스러워서 결국은 봉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 순간 계속 봉사를 하고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봉사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며 “어르신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서 미용봉사를 계속 이어나갈 힘을 얻는다”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미용이라는 재능 기부를 하는 것도 주님께서 이끌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끄심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해나가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