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교회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선종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4-28 수정일 2021-04-28 발행일 2021-05-03 제 324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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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모든 것’ 바친 사랑의 목자 하느님 품에
1970년 만 39세에 청주교구장 임명돼 교구 자립 기여
1998년 서울대교구장 착좌… 2006년 추기경에 서임
선교를 최우선 사목목표로 삼고 생명·가정 가치 중시
생명운동 이끈 수호자… 선종 후 각막 기증 의사 밝혀

세상에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천명한 사랑의 목자가 하느님 품에 안겼다.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선교를 최우선 사목목표로 삼고, 생명운동을 이끌어오면서 스스로 생명의 수호자가 되고자 했던 정진석 추기경은 선종 후 각막 기증을 통해 따뜻한 생명사랑의 여운을 세상에 남겼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생명을 남기고 떠나다

우리 사회를 등대처럼 밝혀주던 큰 별이 눈을 감았다. 한국교회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이 4월 27일 오후 10시15분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90세.

한국교회를 넘어 우리 사회 큰 어른이었던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은 항상 선교를 최우선의 사목목표로 삼고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원했고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목을 펼쳤다. 특히 평소 생명운동을 이끌며 스스로 ‘생명의 수호자’가 되고자 했던 정 추기경은 생전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으며, 선종 후 각막 기증을 통해 따뜻한 여운을 세상에 남겼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구 주교단, 사제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겸손과 배려, 인내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비서 수녀와 사제들,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하느님 품에 안겼다.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님이 오래전부터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아흔 살이 다 된 백발의 추기경은 최근 그리고 이전 인터뷰에서도 희망과 행복을 자주 언급했다. 선종 직전 투병 중에도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고 위로해 신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1931년 12월 7일 출생한 정진석 추기경은 1961년 사제품을 받고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에 임명되면서 당시 만 39세로 최연소 주교가 됐다. 이후 청주교구와 서울대교구 교구장직과 평양교구장 서리직을 40년 넘게 수행하며 막중한 사목적 현안을 두루 살폈다.

특히 청주교구 설정 12년 만에 임명된 첫 한국인 주교로서 여러 어려움이 따랐지만 본당 자립과 한국인 사제 양성 등에 온 힘을 쏟으며 교구 자립과 사목 체계 확립에 크게 기여 했다.

2006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된 정 추기경은 사목표어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그대로 그가 가진 시간과 사랑, 능력 등 모든 것을 봉헌하는 삶을 살다 2012년 은퇴했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활동에 매진해 왔다. 지금까지 정 추기경이 펴낸 책은 저서와 역서 등 총 65권이다.

한편 정 추기경의 선종미사는 선종 직후인 28일 자정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지난 2달 여 동안 투병하시면서 고통 중에도 내색 하지 않고 하느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 추기경님은 어머니같이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우리를 품어주며 교회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셨다”며 함께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추기경의 빈소는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마련됐으며, 신자들의 조문은 4월 28일 오전 7시부터 가능하다.(오전 7시~오후 10시) 조문은 코로나19로 성당 내 거리두기를 지키며 진행된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