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영혼의 다이어트 / 김준식

김준식(마오로) 시인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K형, 요즘도 운동 열심히 하시지요.

사람들이 기를 쓰고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이유는 건강을 위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고 또 좀 더 활력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최근 본당 신부님에게서 ‘영혼의 다이어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크게 느끼는바가 있어서 K형과 함께 영혼의 다이어트에 대해 생각해 볼까하고 편지를 씁니다.

신부님 말씀은 영적인 비만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풀어 터진 무거운 영혼을 가지고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면 영혼이 한없이 가볍고 날씬해야 하는데 그렇게 무겁고 커진 영혼으로는 바늘구멍을 빠져 나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쓸데없는 영혼의 부피를 털어내는 영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육체적 다이어트는 몸에 낀 필요 없는 군살과 지방을 빼내는 것이지만 영적 다이어트는 세상의 죄와 고통의 무게를 빼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죄로 인해 억눌렸던 자신의 정체성이 자유를 얻고 주님을 향한 마음, 구원의 의지에 자신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신부님은 덧붙였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고해성사라는 다이어트 특효약이 있어서 영적 죄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다이어트는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요. 육신의 살을 빼는데도 엄청난 정성과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게 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곱절의 눈물겨운 노력이 뒤따르는데 하물며 우리의 영혼의 때를 벗어버리고 맑은 영혼을 유지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정성과 믿음이 필요할까요. 이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을 매일 마음속에 모시면서 자기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우리에겐 세속의 고통이 많습니다. “하느님 미워요. 나만 고통을 주시고 나의 고통은 왜 이렇게 무거운가요?” 하시겠지만 고통을 허락하신 주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통은 진저리 쳐지는 원수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고통 없이 마음이 비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예수님을 잘 알아보겠는데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고 “누구시더라?”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영혼은 굳어갑니다. 가느다란 실이라야 작은 바늘 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탐욕·시기·거짓·질투 등의 실타래들을 잘라내야 합니다.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삶을 아름답게 지속하려면 사랑과 겸손이필요하다 했습니다. 교만해지면 그 교만에 스스로 지쳐 쓰러질 수 있습니다. 늘 참회하는 심정으로 겸손히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하면서 하느님과 함께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우리를 알아보신다고 하셨습니다.

K형, 눈에 보이는 육체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정결한 영혼을 위해 끓임 없는 기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영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 속에서 하루하루 가닥이 늘어가는 실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되돌아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실을 끊어버리고 하느님에게로 다가가는 바늘귀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가늘고 튼튼한 실 한 가닥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면서 기쁘게 살아가도록 해야겠습니다.

K형, 다음에 뵐 때 더 건강하고 환하게 밝아진 얼굴을 뵐 수 있게 기도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준식(마오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