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80) 차기 교황 출사표 던진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 / 로버트 미켄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8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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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신학자이자 사목자
내년 사제직 심포지엄에
자신의 영향력 드러내면서
경쟁력 유지하려는 의도 보여
과연 어떤 교회를 지향할까

올해 76세로 곧 은퇴하게 될 한 추기경이 왜 갑자기 내년에야 열릴 대규모 심포지엄 개최를 발표했을까? 교황청 주교성 장관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4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 17~19일 ‘사제직에 대한 기초신학’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고 발표했다. 아직 10달이 더 넘게 남아있는 이 회의가 열릴 때면 우엘레 추기경은 77세로 주교성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생긴 의문점은 주교성이 왜 성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직무사제직뿐만 아니라 모든 성소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이런 심포지엄은 보통 여러 부서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성직자성뿐만 아니라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가 공동주최자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왜 주교성이 나설까? 주교들이 궁극적으로 교회의 모든 것에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일까?

우엘레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심포지엄 내용을 알리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 웹사이트는 우엘레 추기경이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개설했으며, 성소 연구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이는 처음부터 우엘레 추기경이 이 성소 관련 심포지엄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곧 은퇴할 우엘레 추기경이 이런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엘리 추기경은 이 심포지엄을 통해 차기 교황 선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직에서 은퇴해 직함이 없는 추기경이 로마의 주교로 선출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우엘레 추기경을 지지하는 추기경들이 있겠지만, 이들도 우엘레 추기경이 주교성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면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2010년 8년 동안 캐나다 퀘벡대교구장을 역임하며 어려움을 겪던 우엘레 추기경을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했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을 사임했을 때, 우엘레 추기경은 유력한 교황 후보였다. 그는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더 좋은 교황 후보들이 있지만, 나 역시 준비돼 있다”면서 “다리에 도착하면 건널 것이며, 나는 처음부터 선교사였다”고 말한 바 있다.

성 술피스의 사제회 출신인 우엘레 추기경은 명망 높은 신학자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사무총장과 퀘벡대교구장을 지냈다.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어와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에 정통하다.

많은 사람들은 2년 전 교황청 외교관 카를로 미라아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했을 때 교황을 변호했던 우엘레 추기경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편에 서며 차기 교황 후보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아마도 내년 열리는 성소 관련 심포지엄은 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차기 교황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그가 야망이 있거나 권력욕이 있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와 그를 지지하는 전통주의자와 교리적으로 보수적인 고위 성직자들은 교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추기경들이 차기 교황을 통해 교회를 예상치 못한 미지의 세계로 몰고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엘레의 지지자들은 우엘레 추기경에게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두 개의 다른 교황직을 이어줄 다리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엘레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측근이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일하고 있다. 우엘레 추기경은 교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주 다르지만 교황을 비판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2년 안에 새로운 콘클라베가 열릴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우엘레 추기경은 78세가 되어서도 반 프란치스코파로부터 이상적인 ‘절충’ 후보로 남을 것이다. 지지자들은 우엘레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충실한 인물이라는 점과 신학자로서 그리고 사목자로서 현 교황의 개혁을 좀 더 구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음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급진적인 복음적 개혁 운동을 길들이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우엘레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에 신학적인 구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광고하겠지만, 진짜로 원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깊은 바다로 떠나보낸 배를 다시 항구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리고 우엘레 추기경이 로마의 주교로 선출되면, 아마도 베네딕토 17세나 요한 바오로 3세라는 이름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2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