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교구 지정 순례지 탐방] (4)남양성모성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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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평화 위한 묵주기도 울려퍼지는 곳
한국교회 최초의 성모성지
곳곳에 기도·묵상 공간 마련
성모자상과 성체 현시대 독특
통일기원 성모 마리아 대성당
최근 웅장한 면모 드러내

상공에서 촬영한 통일기원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전경. 40m 높이의 두 탑은 순교자들의 영광과 남과 북의 화합을 상징한다. 남양성모성지 제공

화성시 남양성지로 112,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신부)는 병인박해(1866) 무명 순교자들의 치명터다. 「치명일기」와 「병인 순교자 증언록」에 따르면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 정 필립보, 김홍서 토마스가 남양에서 순교했다. 그러나 당시 남양에서는 인근에서 체포된 천주교인이 끌려와 처형됐기에 더 많은 신자가 순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교회 때부터 성모를 공경해왔던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에게 묵주기도는 직접적인 성모 공경 방법이었다. 박해의 고초 속에서 어려울 때마다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을 청했던 각별한 신심 행위였다. 죽는 순간까지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하며 순교했다.

그처럼 순교자들의 묵주기도 소리가 배어있는 순교지 남양은 1983년부터 순교성지로 개발되던 중 1991년 10월 7일 성모 마리아께 봉헌되며 한국교회 최초의 성모성지로 공식 선포됐다.

당시 수원교구장 고(故) 김남수 주교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 공산주의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 땅에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묵주기도를 바치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상각 신부가 성모성지 개발 의지를 전했고 이후 전 교구민의 기도 속에 남양은 성모성지로 거듭났다.

김남수 주교는 성지 봉헌식 강론 중 “앞으로 ‘남양’하면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기도하기 위해 찾아오기 바라고, 특별히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께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남양성모성지는 성모 마리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땅이자, 평화를 위한 24시간 묵주기도 고리운동, 평화통일을 위한 묵주기도 100단 바치기 등 이 땅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가 끊임없이 바쳐지는 곳이다.

이곳은 순교성지로 가꿔지던 자리를 교구와 신자들 의지로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고 성모성지로 조성해, 순교성지와 성모성지의 특성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복합적이면서 독특한 역사 및 기원을 지닌 성모성지로 자리매김하는 이유다.

특히 로사리오의 성모성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지 전체에 마련된 20단 묵주기도 길, 성모님과 함께 걷는 맨발 십자가의 길, 세 가지 십자가의 길 등 성지 곳곳은 기도와 묵상의 자리다. 그냥 각 기도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성모 마리아의 품 안에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기 예수님이 성모 마리아 옷자락을 붙들고 매달려 있는 모습의 성모자상은 누구나 자신의 어려움과 근심 걱정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하게 한다.

아기 예수님이 성모 마리아 옷자락을 붙들고 매달려 있는 모습의 성모자상.

성지를 방문한 한 가족이 십자가의 길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경당에 설치된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 성체 현시대에는 김대건 성인의 유해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유해가 모셔져 있다. 성모 상본 하나에 의지해 거친 바다를 건넜던 김대건 성인. 그의 생애와 더불어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도, 사랑이 떠올려지는 공간이다.

지난 2011년 남양성모성지 봉헌 20주년을 맞으며 성지는 파티마 성모님 발현 100주년(2017년)을 준비하며 더 많은 기도와 희생을 바치기로 했다. ‘통일기원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하 대성당) 건립이 그것이었다.

2016년 5월 28일 기공식 후 최근 외형을 드러낸 대성당은 성지 전체를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성지에 들어서면 전면에 거대한 두 개의 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40m 높이의 두 탑은 순교자들의 영광과 남과 북의 화합을 상징한다.

대성당은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아 보타가 설계를 맡아 일찍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를 기억하고 물질적 성취보다 인간의 영혼을 위해 헌신하는 건축가’로 알려진 마리아 보타는 남양성모성지의 대성당 역시 역사를 품은 영적인 공간으로 설계했다. 연면적 4913㎡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대성전에서는 1300명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각각 330석의 소성당 8개도 갖췄다.

대성당 곁에는 스위스 출신 페터 춤토르가 설계하는 경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마리아 보타, 페터 춤토르의 만남만으로도 이제 남양성모성지는 성지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한국 전체에 특별한 문화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임시 사용 승인을 받고 대성당에서 미사는 계속 봉헌 중이나, 제대 감실 십자가 독서대 의자 파이프오르간 등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신자들의 계속적인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상각 신부는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작은 정성이 쌓여 지어진 대성당은 그 자체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와 작은 희생의 결과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지만, 특별한 은총의 해를 보내며 김대건 성인과 순교자들처럼 성모마리아에게 의탁하고 기도하며 고통의 순간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31-356-5880 남양성모성지 사무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