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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동사목위·정평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주제로 제21회 ‘교회와 세상’ 강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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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은 기업 범죄… 정부 개입 강화돼야”
유가족들 아픔도 함께 나눠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촉구
노동자 생명권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 호소

4월 21일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제21회 ‘교회와 세상’ 강연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이상윤 공동대표가 질의응답 중 답변하고 있다.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7907호)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전문가와 산재 사고 유가족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신부)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는 4월 21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과 노동자, 시민’을 주제로 제21차 ‘교회와 세상’ 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연을 맡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이상윤 공동대표는 “죄가 있는 곳에 벌이 있다는 인과응보 정신에 따라 사람에게 적용되는 형법이 기업에도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산재 사망은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태만과 부주의에 의한 사고이고 기업 범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 처벌법은 기업 경영책임자와 함께 기업 자체를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지만 무형의 존재인 기업에게 적용되는 법은 개인을 다루는 형법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매우 복잡하다”며 “처벌에서 나아가 기업의 범죄 예방을 위해 국가가 깊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법 제정까지 됐다는 자체가 기적과도 같다”며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해 ‘기억’과 ‘관심’, ‘연대’와 ‘행동’으로 계속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산재 희생자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과 또 다른 희생자 고(故) 정순규 노동자 아들 정석채(비오)씨는 남아 있는 유가족의 아픔을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회사는 사과하기는커녕 산재로 사망한 아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고 현장을 은폐하기까지 했다”면서 “사고를 당한 유족이 사고 증거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공식 통계상 2000명 안팎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산재 사망자는 본인 잘못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며 “법을 제대로 보완해서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채씨는 “아버지의 죽음을 접한 뒤 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씨 아버지 고(故) 정순규 노동자는 경동건설 하청 소속으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정씨는 “기업은 언론까지 장악하며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업을 상대로 대책위조차 없이 개인의 힘으로 싸운다는 것은 지치고 힘든 일”이라고 고충을 나눴다. 이어 “사건을 알리려 제보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다”며 “기업에 책임이 있는 이 사건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