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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집] 인터뷰 / 신인상 수상자 신현이 작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1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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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으로 아름다움의 가치 깨닫길”
아이들이 바라본 아름다움 전하려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 찾고자 노력
보는 이마다 다양한 메시지 얻었으면
20여 년 만에 얻은 신인작가 타이틀
사람들에게 작은 공감 얻게 돼 기뻐
동심으로 돌아가는 매개 될 수 있길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제24회를 맞았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문학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고자 1998년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문인들에게 주어졌다.

올해는 본상 수상작으로 마종기(라우렌시오) 시인의 「천사의 탄식」(2020, 문학과지성사), 신인상 수상작으로 신현이 작가의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2018, 문학동네)가 선정됐다.

2012년 「새아빠」로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과 청소년 소설 「사랑의 입자」(공저)를 썼다.

■ 신현이 작가는
“잘 듣는다는 것은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살리는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 기쁨이 커요.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에는 이처럼 기쁨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가치들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신현이 작가는 자신의 세 번째 작품인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로 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 작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지 않았던 누군가의 말이 주는 기쁨을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어느 봄날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고 있었어요. 좁은 길에서 마주친 두 여자아이가 ‘1학년 때는 낱말 받아쓰기를 했잖아, 2학년이 되어서 문장 받아쓰기를 하니까 너무 재미있어’라며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죠. 스치듯 들린 말이었지만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도 아이에게서 전달받은 기쁨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쁨이 사라지기 전에 두 아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죠.”

신 작가가 만난 두 여자아이는 나영이와 보경이로 작품에서 살아났다. 집에서 큰소리가 나는 것에 예민한 엄마 때문에 늘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나영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고 앞서서 말을 하는 엄마 때문에 입을 닫아버린 보경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 없어 외로워하던 두 아이는 홍자 선생님의 잉어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홍자 선생님은 말을 잘 들어주고 다정한 분이죠. 그래서 나영이와 보경이가 잘 따랐고, 홍자 선생님이 키우는 잉어를 만나게 돼요. 잉어를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게 된 두 아이는 엄마에 대한 다정한 마음을 찾게 됩니다.”

홍자 선생님이 가진 세 번째 귀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장치로 작품에서 작용한다. “홍자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죠. 소리가 없을 때도 들을 수 있는, 잘 듣는 마음 같은 것을 세 번째 귀라고 설정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눈빛으로 남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분들을 생각했죠. 다른 사람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말없이 도와주는 정서를 다시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세 번째 귀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를 “생명에 대한 연민과 외경을 조그만 구체성을 통해 실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아름다움을 실감하기 위해 잉어를 보러오고, 꿈속에서도 잉어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끈다”고 덧붙였다.

신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해놓고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변주되는 메시지를 형성해 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다만 “문장을 선택하고 방향을 잡을 때 ‘바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보경이가 잉어를 만난 뒤 엄마에 대한 다정한 마음이 생기면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게 된 것도 그런 의도를 담은 것이다.

작품을 쓰는 내내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신 작가. “이 작품은 저를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충만한 아이의 세계로 접촉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밝힌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감정의 순도가 높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른 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뒤 20여년 만에 신인작가 타이틀을 얻은 신 작가는 자신의 생활과 작품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에 대한 기쁨을 소감으로 전했다.

“사람들에게 저의 아주 작은 일부는 받아들여지고 공감을 얻어야 작가일 수 있잖아요. 그 작은 일부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쁩니다.”

■ 수상작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엄마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 집에서는 큰소리로 말할 수 없는 나영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말해버리는 엄마 탓에 입을 닫아버린 보경이. 자신의 말을 정성스레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는 두 아이는 홍자 선생님의 잉어를 만나면서 변하게 된다. 잉어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뒤 닫혔던 마음을 열고 다정함을 찾게 된 것이다. 신현이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인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두 아이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아이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타인의 말을 듣는 기쁨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밝힌 신 작가는 우리 삶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요소는 정성이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전한다. 잉어를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게된 나영이와 보경이의 이야기는 책 밖에 있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