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학술 심포지엄 ‘동아시아의 평화와 그리스도교의 공공성’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0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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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복음적 전망 바탕으로 세상 변화 위한 연대·협력 나서야
■ 신학의 공공성
신학, 성찰 통해 공공성 확보
변화하고 쇄신하는 교회만이
세상 변화의 동력 될 수 있어
■ 대만교회와의 연대 가능성
대만도 코로나19 적절히 대처
돌봄 문화 실천의 공통점 보여
평화 실현 위한 양국 협력 필요
■ 가톨릭 시민성 통한 평화 제안
참되고 항구한 평화 이루려면
연대·협력 토대로 해야만 가능
참여 민주주의 실현 앞장섰던
한국교회 경험 다시 구현해야

4월 17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열린 제13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논평자가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학술위원장 최영균 신부, 가톨릭 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김선필 선임연구원, 우리신학연구소 황경훈 아시아신학연대센터장,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정준교 소장.(왼쪽부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은 4월 17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연구원에서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공동으로 제13회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그리스도교의 공공성’을 대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아시아 현실의 맥락에서 교회의 공적 역할과 신앙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는 신학의 향후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심포지엄 영상은 이 채널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세상을 이해하고 식별하는 신학 필요

가톨릭 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는 ‘신학의 공공성과 그 사회적 함의 :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전망’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신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신학이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신학은 그 출발부터 공적 정체성을 갖는다”고 역설했다. 신학은 하느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며, 하느님은 개인과 교회와 세상 전체와 관계하는 존재이므로, 하느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사적 차원에만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신학적 특성은 교의적 정체성보다는 사목적 정체성에, 선포적 태도보다는 대화적 태도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다면서, 신학은 시대의 징표를 읽어 복음과 신앙의 전망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식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신부는 “한국에서 신학은 주로 신학교라는 좁은 학계와 교회의 사목자 양성이라는 작은 영역에서만 작동됐다”면서 “오늘의 세상에서 신학은 교회와 신앙인이라는 매개변수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신학이 자신의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학의 교육학적 기능을 회복하고, 교회의 변화와 쇄신, 즉 교회의 자기반성과 자기성찰로서 신학이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신학의 교육학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학교의 신학 교육이 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 ▲신학 공부와 신학 교육의 장이 사목자 양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모든 신앙인에게 확대될 것 ▲신학의 실천지향성을 강조할 것 등을 제안했다.

특히 신학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로 교회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정 신부는 “신학은 교회의 변화와 쇄신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신부는 “신학은 신앙의 현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의 현실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신학은 신앙의 현실과 교회의 현실에 관한 탐구와 성찰을 통해 자신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신학은 교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신부는 “변화하고 쇄신된 교회만이, 올바르게 교육되고 몸과 마음에 깊이 습득된 신앙만이 세상의 변화를 위한 진정한 동력으로 작동될 수 있다”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에 신학의 공적 역할과 교육학적 기능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대만교회와의 연대 모색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선필 박사는 ‘돌봄의 문화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 실현 : 한국·대만천주교회의 코로나19 대응과 연대 가능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대응과 지정학적 역사와 경험에서 유사점을 보이는 한국교회와 대만교회의 연대 필요성과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박사는 양 교회가 연대를 통해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동아시아 평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과 대만은 동아시아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 분단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 점에서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양국은 1992년 단교 이후 외교관계가 서먹한 상황이며, 두 나라 교회 간 교류 또한 드문 상태다. 하지만 김 박사는 발제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서로에 대한 서먹함을 넘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함께 연대할 가능성을 살폈다.

대만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월 21일이며, 올해 4월 17일 현재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70명, 사망자는 11명이다. 대만교회는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 교구별로 행사 취소, 미사 참례 인원 제한(100명)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타이베이대교구의 경우, 지난해 3월 중순 확진자가 폭증하자 공동체 미사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이렇듯 양국교회는 코로나19에 맞선 대응에 있어 유사성을 보였는데, 김 박사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통해 교회 구성원과 국민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한국과 대만교회는 교황청이 전 세계 교회들에 제시한 코로나19 관련 지침들을 따르며 공동선을 추구하고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공통점을 보였다”면서 “자신을 희생하며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나섰던 경험은 자국과 교회의 이익 즉, 자기 관심을 넘어 동아시아 평화 건설을 위해 양국 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시아 평화는 어느 한 국가, 한 종교단체에 의해 건설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양국 교회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양국 교회가 만들어온 돌봄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동아시아 평화 실현을 위해 연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가톨릭 시민성 확장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신학연대센터장 황경훈 박사는 한국교회의 민중운동이 기층 민중을 위해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했는지 살피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동아시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톨릭 시민성’ 운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황 박사는 ‘한국천주교 사회운동과 가톨릭 시민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60~1990년대 민주화와 노동자, 농민, 빈민의 생존권 확보와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공헌한 가톨릭노동청년회와 가톨릭농민회, 천주교도시빈민회의 활동을 살펴봤다. 황 박사는 이러한 활동 사례들은 빈민이 주체가 되는 참여 민주주의를 천주교 민중운동 단체들이 앞장서 구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톨릭 시민성은 사회교리 원리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보편의 지평을 더 넓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면서 “천주교 민중운동은 공익성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중이 민주주의에 참여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보편적인 윤리를 토대로 해야만 참되고 항구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며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 민중운동 단체들이 보여준 가톨릭 시민성을 현 상황에 맞게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