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당신께 사랑받는 행복감 / 한정민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0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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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가 6학년에 올라간 시기였습니다. ‘6학년이 지나면 첫영성체를 할 수 없는데…’라는 막연한 생각에 부활과 성탄에만 본당에 나가는 처지에서도 “주님, 작은아이 첫영성체를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례했을 때, 마지막 공지 사항에 “첫영성체 신청기한은 지났지만, 아직 접수를 하고 있다”고 안내해 주시는 겁니다. 그때 “아,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저 막연한 기도였지만 제 기도의 응답이다’라는 생각에 앞뒤 보지 않고 신청했습니다. 첫영성체 과정은 6개월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부모 교육에도 함께 많은 시간을 내야 했습니다. 그때 큰아이는 지방에서 독일 축구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영성체에 참여하며 “늘 시간이 없어요.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6개월 과정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막바지에 모든 기도문을 부모와 함께 ‘찰고’ 한다고 했습니다. 지방을 오가며 유학을 하러 갈지 결정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 그저 멍하니 기도문을 외웠습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면서도 기도문을 외웠습니다. 그렇게 소리 내 외웠던 기도문이 제 마음에 스며들었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그저 핑계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기도문을 외울 시간과 마음은 만들어졌습니다. 힘들고 중요한 순간에 조금 더 당신 곁으로 저를 불러 주신 하느님은 그 속에서 제게 위로를 주시고 힘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작은아이는 첫영성체 후 복사로 활동하게 됐고 저희 모든 가족은 성당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은 기도 안에서 당신을 만나고, 미사를 통해 성체를 모시고 저를 돌아보고, 말씀을 읽고 나눔으로써 당신 뜻을 알아가게 해 주신 과정이라 여깁니다. 인간적으로는 ‘그 선택의 순간들이 과연 옳았을까?’ 되뇌기도 하지만, 당신과 함께 사랑받고 행복했음을 압니다. 또 그 큰 사랑이 모든 인간적인 마음을 품어 주셨고 제 안의 사랑도 더 깊게 해주셨음을 느낍니다.

세상만 바라보고 자식, 가족, 저의 일상이 항상 먼저였던 제게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 주셨습니다. 당신께 사랑받는 행복감은 세상으로만 향해 있던 저의 완고한 마음을 당신께 향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주님 여전히 인간적인 근심, 욕심으로 당신께 매달리지만, 당신 사랑 안에서 저의 인간적인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당신께 내어 맡기는 마음을 갖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이끌어주소서! 당신 뜻을 제 뜻 안에서 이끄시는 주님, 당신을 찬미합니다! 사랑합니다!”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