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서품·착좌] 축사·답사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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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제4대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서품 및 착좌식에 참석한 모든 이가 제단 앞에 엎드린 서상범 주교와 함께 성인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축사]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지혜와 인내, 소통의 인물 되길”

오늘 주교로 서품되고 군종교구장에 착좌한 서상범 주교님과 교구 사제단, 교구민들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오랜 시간 10년 넘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공동체를 이끌어 오신 유수일 주교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서 주교님의 세례명인 티토 성인은 바오로 사도가 믿음의 생활을 하는 아들이라고 말하며 신뢰했던 인물입니다. 교회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바오로 사도는 티토를 보내 해결했습니다. 서 주교님이 티토 같은 지혜와 인내, 소통의 인물이 되길 빕니다.

서 주교님은 신학생 때 병사로 한 번, 군종신부로 임관하며 한 번, 전역 후 군종교구 총대리로 한 번, 이번에 군종교구장까지 모두 네 번이나 군대에 오신 분입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서 주교님을 군종교구장으로 특별히 부르셨다고 믿습니다. 지혜와 인내, 소통의 정신으로 군에서 훌륭한 사목을 기대합니다.

■ [축사]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신자들 위한 친교의 영성 길러 나가길”

프란치스코 교황 칙서에 따라 한국의 군종교구가 서상범 주교님께 위임되는 성스러운 착좌식을 증언합니다. 서 주교님께서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영적 여정을 통해 교구를 굳건히 인도하실 것입니다.

친애하는 서상범 주교님, 우리는 목자의 지팡이가 주교님께 전해지는 순간, 당신의 깊은 영성과 젊은 활기로 당신께 맡겨진 하느님의 백성들을 인도할 때에 좋으신 주님께서 당신을 지켜 주실 것을 항상 기억하며 기도할 것을 약속합니다. 군종교구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주교님께서는 모든 군대와 그들이 사랑하는 이의 영적, 물질적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그리고 한결같은 배려로 자신을 바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군종교구 신부님들께서는 새 주교님의 주요 협력자이므로 그리스도 신앙과 직위적 사제직을 바탕으로 한 효심과 순명을 보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사제 간 결속을 공고히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면서 당신의 보살핌 아래에 있는 신자들의 유익을 위해 계속해서 친교의 영성을 길러 나갈 것을 권고드립니다.

■ [축사]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군복음화와 선교에 남다른 열정 지닌 분”

군종교구장직을 내려놓고 물러나시는 유수일 주교님의 국군 사랑, 군장병 사랑, 군가족 사랑과 헌신에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제4대 군종교구장으로 착좌하는 서상범 주교님, 이제 군복음화와 선교의 한복판에 서는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누구보다도 군상황을 잘 아시며, 군복음화와 선교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계시니, ‘주님은 나의 힘, 나의 방패’라는 사목표어에 따라 무적의 권능을 지니신 만군의 우리 주 하느님께서 군종교구장직을 충직하게 이행하실 수 있도록 풍요로운 도움의 은총과 힘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 주교님께서는 군종신부 시절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각 종단 군종장교와 함께 화합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며 큰 결실을 거두었던 지혜와 경험을 살려 군선교와 복음화뿐만 아니라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정착되는 토대와 주춧돌을 놓는 데 크게 이바지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군종교구를 위해 열성적으로 기도하며 군사목을 위해 요청되는 모든 인적, 물적 지원에 아낌없는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 [축사] 제3대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새로운 열정으로 복음화 활동 펼치길”

2010년 7월 16일 제가 은퇴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으로부터 군종교구장 주교로 임명된 지 며칠 후 제가 살던 평창동 수도원으로 맨 먼저 인사하러 온 군종신부님이 당시 육군 대령이었던 서상범 주교님이십니다. 그때의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서 주교님은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을 맡게 됐을 때, 타 종교 군종장교들과 유지해 온 좋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설득작업을 거쳐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하기 위해 요구되는 6년 기간을 5년으로 감축시켜 천주교 군종신부들이 중령으로 진급할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려 주셨습니다. 저는 서 주교님의 주교 임명 소식을 접하자 이 두 가지 기쁨과 감사를 되새겼습니다.

저는 서 주교님께 전역 후 군종교구 총대리를 맡아 달라고 간청했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님의 고마운 허락을 받아 서 주교님은 4년 반 동안 총대리로 훌륭히 봉사하셨습니다.

서 주교님이 서울대교구에서 본당 사목 체험을 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 요청을 허락했는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오묘한 섭리로써 서 주교님을 이제는 군종교구장 주교로 다시 붙들어 되돌아오게 하셨습니다. 현재의 코로나19가 수그러질 때, 군종사제들, 수녀님들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들과 함께 새로운 열정으로 복음화 활동에 임하시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군종교구 사제단 대표 현광섭 신부

“형제애 누리며 행복하게 지내길 기대”

서상범 주교님의 주교 서품을 축하드리며 착하고 선한 목자를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1997년 임관해서 얼마 되지 않아 지구 모임을 하려고 강원도 철원 3사단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서 주교님을 처음 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임 군종신부 시절 소령으로 사단 참모를 하고 계시는 서 주교님은 마치 하늘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후 제가 육군본부 군종실에서 근무할 때 서 주교님을 군종교구 총대리 신부님으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매일 서로 전화를 주고받고 업무 연락을 해야 하는 관계인데 서 주교님은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이 늘 다정하게 함께해 주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희 군종신부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선배 주교님이 우리 교구장으로 오시게 돼 너무나 기쁜 마음입니다. 이제 교구장으로 오시어 함께 형제애를 누리며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서 주교님을 영원한 형님으로 모시면서 행복한 군종교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답사]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약점과 걱정 주님께 맡기며 신자들 위해 죽는 삶 살 것”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인 오늘, 주교 서품과 교구장 착좌식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주교 임명 직후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죽겠지?” 첫 말씀이었습니다. 어찌 제 마음을 정확히 콕 찍으셨는지요? “그래, 주교는 신자들을 위해 죽는 삶을 사는 거고, 이제 주님께 맡기고 사는 거야!”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병상에 계시지만 정진석 추기경님을 인사차 혜화동 주교관으로 찾아 뵈었을 때도 정 추기경님께서 같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주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죽어야 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어! 그러나 어려울 때도 하느님께서 늘 옆에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며 용기 있게 살아야 해!”

인간적인 약점과 걱정을 주님께 맡기며, 또 한 번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교구의 초석을 놓으시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초대 교구장 정명조 주교님, 제2대 교구장으로 교구 외연을 확장시키신 이기헌 주교님, 오늘 서품식을 주례해 주시고 교구의 성숙한 모습을 이루신 제3대 교구장 유수일 주교님, 전임 교구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주님께 내어 맡기며 그분의 지혜와 능력에 힘입어 주교 직분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티없이 깨끗하신 마리아 성심께 저와 군종교구를 봉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