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공(空)’ 사상 주제 현대불교미술전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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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화엄사 영산회괘불’ 복원 후 첫 공개
순교지에서 만난 불교미술, 보편적 진리 성찰
회화·조각 등 작품 30여 점 선보여
타 종교 예술품 지속적 전시 예정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4월 12일 오후 4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공’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주교 순교 성지에서 국보 불화(佛畫)와 다채로운 현대 불교미술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진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개관 2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空(Śūnyatā)’을 4월 12일~6월 30일 개최한다.

전시 주제이자 대표적인 불교 사상인 ‘공’은 인간과 모든 만물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음을 가르친다. 이는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또는 ‘나는 너이고 너는 나’라는 연기(緣起)의 개념으로도 설명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 개성을 발휘해 ‘공’이라는 개념을 풀어낸다. 또한 ‘관세음’(觀世音), 즉 ‘세상의 소리를 보다’라는 의미도 함께 살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와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강용면, 김기라, 김승영, 김태호, 노상균, 윤동천, 이수예, 이용백, 이인, 이종구, 이주원, 전상용, 천경우 등 현대미술작가 13인의 작품 30여 점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70%는 전시 의뢰를 받고 주제에 맞게 새롭게 제작한 신작들이다. 회화, 조각, 미디어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감독 김영호(베다·중앙대 미술학부) 교수는 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문명사적 전환기로 불리는 어려운 현실에서 종교의 경계를 초월한 보편적 진리의 이상을 현대미술을 통해 성찰하고, 이를 대중들과 더불어 소통하고 나누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화엄사 영산회괘불’ .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국보 제301호 ‘화엄사 영산회괘불’이다. 괘불(掛佛)이란 불교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거는 대형 그림이다. 1653년 만들어진 ‘화엄사 영산회괘불’은 가로 약 7.7m, 세로 약 12m에 달하는 대작으로, 설법하는 부처와 10명의 제자, 사천왕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제작 당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힘든 삶을 살았던 민중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불화가 오늘날 코로나19 등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울림이 크다.

화엄사가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의 바깥세상 나들이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2014년 미국 전시 후 수복·보존과정을 거친 다음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일반에 공개하는 것. 전시 요청을 받은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유물은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과 더불어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됐다”며 흔쾌히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는 종교와 사상의 경계를 넘어 시민 모두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는 박물관의 설립 이념과도 부합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타 종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4월 12일 오후 4시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오세훈(스테파노) 서울시장, 황희(세바스티아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장 보광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등의 인사들이 참석해 전시를 축하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