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장애인의 날에 만난 사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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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평범한 신자로 함께 살아가도록 배려해야”
성폭력과 이동편의 문제 등 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
“사랑과 봉사 대상이 아닌 평등한 사람으로 여겨주길”

박김영희 대표는 “교회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느님께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을 통해 뜻을 이루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해 장애 여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소화 데레사) 대표는 순탄치 않았던 삶을 신앙 안에서 반추하며 이같이 고백했다.

육체적 한계로 인해 초등학교 2학년이 학창시절의 마지막이었던 박김 대표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독서였다. 그러다 20대에 접어들어 톨스토이를 접하고 그가 영향받은 문학 정신에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김 대표는 “그때 처음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통신교리를 접했고 이후 직접 집을 방문한 당시 본당 주임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렇게 물에 젖듯 신앙에 스며들던 박김 대표에게 일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장애여성수도공동체 ‘사랑의 고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장애’, ‘여성’, ‘수도공동체’ 이 모든 말은 박김 대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가 먼저 사랑의 고리 부산공동체에 편지를 쓰며 왕래를 시작했다. 가족 모두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그는 사랑의 고리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교회 전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박김 대표는 “사랑의 고리는 장애 여성 당사자가 주체인 공동체”라며 “그곳에서 장애 여성의 주체성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방송통신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한 박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인권 문제해결에 뛰어들었다.

박김 대표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 함께 ‘장애 여성 공감’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이어 ‘장애 여성 성폭력 상담소’도 만들었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장애인 관련 법 제정에도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도입을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한강대교를 6시간 동안 기어서 건너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느님께서 제 활동의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짊어진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 수난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는 교회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여러 군데 성당을 다녀야 하지만 성당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들어가기조차 힘듭니다. 또 장애인 좌석이 따로 없으면 봉헌과 영성체 때 신자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특히 박김 대표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온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교회가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교회가 장애인들을 지역 안에서 평범한 신자로 바라봐 줬으면 합니다. 사랑과 봉사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평등한 사람,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 동네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 줬으면 합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것에서 나아가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