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64) 해가 뜨면 기도하기 좋은 날, 비가 오면 기도하기 더 좋은 날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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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덕분에 이제야 기도다운 기도를 합니다, 진짜 효자죠?”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성호를 그으며 “사랑해요. 주님!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오늘 하루도 당신께 의탁합니다. 저의 생각을 없애 주시고 성령님께서 제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루가 되게 허락해 주소서. 또한 모든 이들이 주님의 축복과 성모님의 보호 속에서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청합니다”라고 기도한 후 침대에서 내려온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오롯이 나와 관련된 것만 기도하던 내가 아픈 남편으로 인해 지금은 일면식도 없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2020년 여름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동료이자 꾸르실료 봉사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군대 간 아들이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왔는데 머리에 혹이 만져져 병원에서 검사를 했더니 림프암 4기 판정에 골수까지 전이되었고, 림프종 중에서도 악성이며 희귀하고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라고 했다. 축구를 좋아하고 건강했던 아들이 암 환자가 되어 돌아왔는데 “매일매일이 꿈을 꾸는 듯하다”라면서 “언니도 우리 프란치스코 좀 살려 주십사 기도해 달라”며 엉엉 울었다. 그렇게 바로 항암을 시작했지만 급성 림프암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악화되어 서울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만 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백혈병 치료는 쉽지 않았다.

독한 약을 쓰다 보니 부작용이 심해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기도 했으며,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기도 하고, 온몸에 물집이 잡히며 피부가 검게 변해 가기도 했다. 이런 아들을 지켜보며, 골고타에서 처참하게 수난받으시는 예수님을 지켜보시던 성모님의 고통이 떠올라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음을 깨달은 동생은 아들과 함께 유튜브를 통해 매일 미사를 드리고, 묵주의 9일기도와 성인호칭기도 등을 바치며 오롯이 성모님께 의지하게 되었다고 자랑한다.

한 번쯤 원망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동생은 언제나 씩씩하다. “언니! 간병하면서 기도하기에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아요. 제가 이렇게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아들 덕분에 모태 신앙인인 제가 이제야 기도다운 기도를 합니다. 진짜 효자죠?”라고 말한다.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이렇듯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영혼마다 당신께서 친히 준비하신 계획 안에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고 계심을 이 순간 확신한다.

꾸르실료 대표 지도 신부님의 매일 미사 봉헌과 지인들과 엄마의 끊임없는 기도 속에서 프란치스코는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골수 검사 뇌척수 검사 등 견디기 힘든 치료를 불평 한마디 없이 잘 참아 왔다. 그러나 눈이 보이지 않게 되자 더 이상 항암은 못하겠다고 울부짖기도 했으며, 팔다리가 마비되는 희귀병으로,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체위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4살의 건장했던 프란치스코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생아가 되어 가고 있었다. 발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이럴수록 성모님의 고통에 동참하며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언니! 기도의 힘이 대단하지 않아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아들을 보면서 주위 분들의 많은 기도와 미사의 은혜를 소름 끼칠 정도로 온몸으로 느껴요. 정말 모든 순간순간이 감사의 시간들이고 모든 날들이 기도하기 좋은 날이에요. 4월에는 조혈모 이식 수술을 할 거예요. 아직은 보조 의료기의 도움을 받아야 걸을 수 있지만,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프란치스코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야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복음 말씀을 더 깊이 새기게 돼요”하고 기분 좋게 전화를 끊는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두 모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과정을 알기에 가슴이 저려 온다. “살아계신 자비의 하느님 아버지! 모든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성모님의 위로와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그리고 특별히 이 모자를 당신 손에 맡겨드립니다. 아멘!”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