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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감정도 죄인가?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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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분노도 죄라고 여겨
감정 그 자체를 죄로 볼 수 없어
예수님도 불의에 화내신 적 있어

상담을 하다 보면 죄가 아닌 것을 죄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질책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특히 화를 낸 것에 대해 죄스러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심지어 마음 안에 분노가 생긴 것까지도 죄라고 여기는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왜 화를 내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분들이 “주님께서 화내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냐?”, “본당 신부님께서도 화내는 것은 물론 마음 안에 분노를 품은 것도 죄라고 하셨다”고 답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정말 화를 내신 적이 한 번도 없는 늘 온유한 분이셨는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성전에서 상인들이 장사하는 것을 보고 상을 뒤집어엎으실 정도로 주님께서도 화를 내셨습니다.

세상 불의한 것을 보면 분노하셨던 분이 주님이십니다. 영성심리에서는 분노나 감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정서상의 문제를 가중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인간적 속성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오해가 주님의 메시지에 대한 오해와 결부될 때 심한 내적 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적 속성과 주님 메시지 간의 양립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이런 혼란은 불필요한 고통과 병적인 죄책감, 수치심을 유발한다. 죄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부적절한 행위에 존재한다. 즉, 감정은 내 마음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그것 자체가 죄가 아닌 것이다.”

고해성사를 볼 때 마음 안에 분노를 품었다고 고백을 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그럴 때는 분노 해소를 해야지 자신을 죄인시 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시골본당 신부님이 늘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강론을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 미사 시간에 청년 하나가 조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감히 내 강론 시간에 졸아!’라고 생각한 신부님은 졸고 있는 청년 옆자리의 할머니에게 성질을 부렸습니다. “할멈! 그 옆에 조는 놈 깨우지 뭐하고 있는겨~” 그러자 그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재우기는 지가 재워 놓고~ 왜 나보고 지랄이여 지랄이!”

그 말을 들은 노인 신부님은 너무나 화가 나는데 화를 내지는 못하고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성내지 말라고 하신 말씀은 단순한 말씀이 아니라 깊은 의미를 내포한 말씀입니다. 앞으로 더 상세하게 분노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