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주도권·결정권 존중하며 인내
자연에서 생명 소중함 느끼도록 도와
백주현(로사리아·37·서울 문정동본당)·이준석(로베르토·41)씨 부부는 딸 이애리(안젤라·4)양을 보면서 늘 잊지 않고 되새기는 생각이 있다. 바로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느님 자녀이기 때문에 부부는 항상 아이에 대한 욕심이 커지는 것을 막고, 하느님 안에서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항상 애리양을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이들 부부가 딸을 소중히 대하는 방식 중 하나는 애리양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간단한 활동이나 놀이를 하더라도 애리양에게 꼭 의사를 묻고, 당장 필요한 일이라도 애리양이 하기 싫다고 하면 그 뜻을 존중해 부부는 차분히 기다린다. 책 한 권을 살 때도 딸에게 읽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고, 책을 읽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보통의 어른들 생각과 달리 딸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택해서 읽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인격체로 존중하며 아이를 대하는 데에 부부는 올해 2월부터 수강한 서울 청담동본당의 ‘영유아 부모교육 그림책 수업’이 “정말 많은 걸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한다. 2월과 3월 두 차례씩 총 네 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그 네 번의 수업이 가정에 벌써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뜻이다. 백씨는 “자녀에게 너무 많은 책을 쥐여 주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책 「모르는 척 공주」, 「메두사 엄마」 등에 관한 내용을 들으며 부부가 싸울 때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상처, 아이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서 어머니로서 느낄 수 있는 마음 등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백주현ㆍ이준석씨 부부는 딸에게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한 일상 속 노력들도 지속하고 있다. 평소보다 포옹을 더 많이 하며 사랑을 표하거나 어린이집 등·하원길에 자연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백씨는 “산책길로 가면 등·하원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아이가 흙과 나무를 만질 수 있고 바람과 계절의 변화도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따뜻한 햇살이 비칠 때 절 보며 하느님이 웃어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아이에게도 그런 걸 많이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심에 가정에 생명이 온 것은 정말 엄청나게 큰일”이라며 “저희와 아이가 함께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아이가 저희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 힘으로 잘 살아가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