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프란치스코 교황 2021년 부활 담화(요지)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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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고통받는 이들의 희망이십니다”
감염병 걸렸거나 가족 잃은 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겪는 이
평화에 투신하는 미얀마 국민
전쟁으로부터 도망치는 난민
상처 통해 희망의 은총 받을 것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온 세상 곳곳에 교회의 선포가 울려 퍼집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고, 사회적 경제적 위기도 여전히 극심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그러합니다. 그런데도 무력분쟁은 멈추지 않고 군대의 무기고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문제점입니다.

부활 선포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희망을 주는 사건을 간절하게 이야기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 그것은 천사나 영혼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살과 뼈로 돼 있는 사람, 얼굴과 예수라는 이름이 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활의 증인들은 중요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전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손과 발과 옆구리에 상처 자국을 지니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처들은 우리를 향한 그분 사랑의 영원한 날인입니다. 영육으로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모든 이는 이 상처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상처들을 통해 실망시키지 않는 희망의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 이 병에 걸린 이들과 이 병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한 희망이십니다. 우리 모두 감염병 대유행과 싸우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백신은 이 싸움에서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저는 온 국제 사회가 백신 분배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애쓰고, 특히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 나눔을 베푸는 데 노력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일자리를 잃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합당한 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이십니다. 모든 이들, 특히 가장 궁핍한 가정들이 적절한 생계유지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님께서 정부 책임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빕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오랜 시간 동안 학교나 대학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희망이기도 하십니다. 가상의 관계만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며 특히 한 사람의 성격과 인격이 형성되는 나이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지난 성 금요일,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며 우리는 분명히 이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온 세계 젊은이들 가까이에 있습니다. 특히 증오는 오직 사랑으로만 떨쳐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목소리를 평화롭게 내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신하고 있는 미얀마 젊은이들의 곁에 제가 가까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빛이, 전쟁과 비참한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는 난민들에게 재탄생의 원천이 되기를 또한 빕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골고타로 오르는 예수님의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운 얼굴을 떠올립시다. 그들에게 연대와 인간적 형제애라는 구체적 표징들이 결코 부족해지지 않기를 빕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도 다시 한 번 수많은 그리스도인은 심각한 제한 속에서, 때로는 전례에 참례하지 못한 채 부활을 기념했습니다. 전 세계에 예배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비롯한 모든 제한이 해제돼 누구나 자유롭게 기도하며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우리가 헤쳐가고 있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상처로 우리의 병이 나았음을 절대 잊지 말도록 합시다.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 안에서 이제 우리의 고통은 변모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있던 곳에 이제는 생명이 있습니다. 슬픔이 있던 곳에 이제 위로가 있습니다. 십자가를 품어 안으심으로써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에 의미를 주셨고, 이제 우리는 그 치유의 유익한 힘이 온 세상에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 축하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