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구는 도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제2공항 건설 반대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달라고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의회에 호소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황태종 신부, 이하 생태환경위)는 3월 27일 ‘이제 제2공항을 멈추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생태환경위는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청과 의회가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적인 가치를 지닌 제주의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환경위는 “도민의 의견은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행정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제주도정의 관행을 꼬집었다. 이어 “제주도가 가진 생태적 환경의 수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제2공항을 강행한다면, 고갈되고 오염된 제주의 지하수처럼 제주다움의 정신은 사라져가고 퇴색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생태환경위는 원희룡 지사를 겨냥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가가 지방행정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가장 중대한 현안을 제주지역민의 의사가 아닌 중앙정치의 득실을 따져 결정한다면 이는 분명하게 직무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정은 공익을 위한 공무이지 개인의 사적인 야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생태환경위는 제주가 가진 자연 경관 보존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생태환경위는 “관광객은 ‘개발된 제주’가 아닌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제주’를 보러 오는 것”이라며 “제주 제2공항 건설로 더 많은 이들이 제주에 올 순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기대하던 제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관광산업 중심인 3차 산업이 핵심이 돼야 할 제주 입장에선 ‘보존’은 ‘성장’이고 ‘개발’은 ‘파괴’와 같다”며 “생태환경이라는 보물을 갖고 있으며 미래에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주 성산읍 지역을 ‘개발’이라는 양적 팽창으로 파괴를 부추기지 말 것”을 주장했다.

생태환경위는 또 “눈앞에 보이는 ‘소수를 위한 단기 수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봐야한다”며 도민들이 보여준 제2공항 건설 반대 여론을 도정에 정확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제주도민들은 2월 18일 공개된 제주도와 도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4 비율로 반대가 찬성을 앞선 의견을 보였다.

반면 원 지사는 지난달 31일에도 제2공항 건설과 관련 “여론조사는 참고용일 뿐이고, 국책사업은 그 결과에 따라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라며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원 지사는 또 5일 청와대에 제주 제2공항 건설 촉구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발송하며 추진 의사를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