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인생대본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1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자신과 타인 모두 행복한 사람
나이 들수록 존경받는 어른 돼
부정적 영향 없도록 노력해야

“사람이 사는 게 거기서 거기지~ 뭐가 다를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쎄요.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가까이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요?

사람 사는 모양이 사람마다 달라서 그런 것입니다. 왜 다를까요? ‘인생대본’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각자의 인생대본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주위 환경이나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것으로 인생길을 결정합니다. 이것을 인생대본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의 언어적·비언어적 메시지는 초기결정을 지을 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이렇게 해서 생긴 인생대본은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아긍정 타인긍정’입니다. 가장 건강한 인생대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자기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인생 경험의 폭도 넓어 나이 들수록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른이 됩니다.

다음으로 ‘자아부정 타인긍정’은 자신은 불행해도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지나치게 착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왠지 안쓰러워 보이고 추워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성인이 되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신경과민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니요”라고 거부하는 말 한마디 못하고 순종이 아닌 복종적인 삶을 살아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세 번째는 ‘자아긍정 타인부정’입니다. 나는 행복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불행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죠.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명 ‘진상족’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을 종처럼 부리고 분위기를 초토화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괜찮은 사람이라는 병적인 우월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가장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아부정 타인부정’은 나 죽고 너 죽자 하는 식의 인생대본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마치 물귀신처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죠. 자기가 못 먹는 밥에 재를 뿌리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귀신이 왜 저런 것을 안 데려가나 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기 몸에 상해를 입히고 다른 사람들을 협박하는 ‘자해 공갈단’ 같은 사람들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인생대본을 가지고 사는가.’ 자기 점검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