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평화의 기도와 한국 천주교인 / 황소희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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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힘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까. 신비의 영역을 제외하고, 기도가 어떻게 현실사회에서 작동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면 결국 지향의 내재화로 귀결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특정 지향을 기도할수록, 그 내용을 기억하고 이루기 위해 다짐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한다면, 알게 모르게 평화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폭력과 갈등보다는 온건하고 화합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다잡을 공산이 크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경제적인 이익, 규범이나 이념, 관계, 정서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양분시켜 본다면 돈과 권력과 같은 물질적 요인과 관념, 명예와 같은 비물질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도 특정한 요인만이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권위체가 없는 무정부상태를 상정하는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외교안보정책 최우선 목표는 생존과 국가이익에 맞춰지며, 이를 발현하기 위해 군사력과 같은 힘의 증강으로 수렴한다는 논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일관계처럼 국가의 외교정책이 군사안보적, 경제적 이익만을 쫓는다고 하기에는 국가 간 이미지나 서로에 대한 인식이 물질적 이익보다 앞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핵이 국제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파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을 소유한 주체가 이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국가인가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영국이나 프랑스가 보유한 핵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음에도, 이들 국가보다 핵 보유량이나 운용 기술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한을 문제 삼는 까닭이다. 북한의 돌발적인 행태와 불법활동, 테러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이미 형성된 부정적 인식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데 장애가 된다.

이렇듯 인식은 과거부터 이뤄진 상호작용과 관계의 결과인 만큼 이를 바꾸거나 개선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이 과정에 우리의 기도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대상이지만, 고깝게만 보는 눈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북한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기도를 하는 과정에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도의 은혜는 참 변하기 힘든 사람의 인식과 생각을 바꿔 주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모경 바치기 기도운동이 2019년 대림 시기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천주교의 기도운동이 물질적 힘을 내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이 기도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와 감수성은 제고시킬 것이다. 평화의 감수성으로 뭉친 한국천주교인이 만들어 갈 한반도 평화와 개선될 남북관계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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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