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 - 이모저모

방준식 bjs@catimes.kr,우세민 semin@catimes.kr,사진 박원희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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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민에게 따뜻한 아버지였던 목자… 천상복락 누리소서”
30여 명의 전·현직 주교단과 사회 각계 인사들도 함께해
영상으로 생전 모습 나타나자 성당 곳곳서 참았던 울음 터져
장지인 군위 성직자 묘역까지 사제·신자 등 300여 명 뒤따라
마지막이 못내 아쉬운 추모객 자리 못 떠나고 긴 작별인사

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 고별식에서 최창무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가 이 대주교의 관에 분향을 하고 있다.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서 모두가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믿고 바랍니다.”(고(故) 이문희 대주교 유언장 내용 중)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마음 따뜻하게 교구민과 사제들을 돌봤던 목자 이문희 대주교가 하느님 품에 안겨 모든 이들과 작별을 고했다. 고인이 영면을 위해 떠나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고인을 기리는 수많은 신자들의 기도는 입관예절부터 장례미사와 하관예절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유난히 따뜻했던 봄 햇살을 등에 지고 주님에게로 향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라가 본다.

◎… 고(故) 이문희 대주교 빈소가 마련된 대구 주교좌계산성당에서 3월 16일 오후 입관예절, 3월 17일 오전 9시30분 출관예절이 치러졌다. 출관예절을 마친 후 이문희 대주교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대구 서성로네거리와 국채보상로를 거쳐 장례미사가 봉헌될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으로 향했다.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는 오전 10시30분 장례미사 시작 전부터 신자들과 수도자, 사제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며 입장 절차를 밟고 있었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대구대교구 장례위원회는 주교좌범어대성당으로 입장하는 장례미사 참례자 전원에게 KF94 새 마스크를 지급했다.

◎… 이날 주교좌범어대성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 대주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신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모여들었다. 장례미사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백선기(미카엘) 경북 칠곡군수, 우동기(파스칼)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등 사회 각계 인사들도 참례했다.

대성당 내 좌석 수가 제한돼 장례미사를 직접 참례하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드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부분의 교구민들은 가톨릭평화방송 TV와 대구가톨릭평화방송의 라디오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함께 기도했다.

◎… 10시30분 대성전 입구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맞아들이는 예식을 주례하면서 사제 8명이 운구하는 이 대주교의 관이 대성당으로 들어섰다. 애써 눈물을 참던 일부 신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장례미사는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30여 명의 전·현직 주교들과 대구대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엄수됐다.

교황청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모 메시지를 보내왔다. 파롤린 추기경은 메시지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장엄한 장례식에 함께 하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어린 사랑에 이문희 대주교의 영혼을 바치셨다”고 전했다. 또 “교황님은 이문희 대주교의 선종 소식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도적 축복을 전하셨다”고 밝혔다.

고별기도는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맡았다.

이 대주교의 조카 박명훈(스테파노)씨는 “장례 절차를 잘 주관해주신 조환길 대주교님과 장신호 주교님, 대구대교구의 사제님들과 수도자님들, 또한 염수정 추기경님을 비롯해 타 교구 주교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평안하고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신 우리 신자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별사 후에는 이 대주교의 생전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늘 소탈하면서 너그러운 아버지로 함께했던 이 대주교 모습을 보며 많은 신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미사를 공동집전한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대주교님께서 하신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저희가 본받고 이어나간다면 그분께서 대단히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며 “우리 교회 큰 어른이셨는데 떠나보내어 아쉽지만, 남은 우리들이 대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고, 그 뜻을 잘 이어받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 주교단이 장례미사 후 운구차량에 실린 이 대주교의 관 앞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총대리 장신호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이 교구 가톨릭 군위묘원 성직자 묘역에서 이문희 대주교의 관을 안장하고 있다.

이문희 대주교의 관이 묻힌 묘지에서 조환길 대주교가 이 대주교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 묘비와 비목을 세우고 있다.

대구대교구 가톨릭 군위묘원에서 교구 사제단이 이 대주교의 관을 묻힐 자리로 옮기고 있다.

이 대주교 묘지에서 교구 사제단이 흙으로 관을 덮고 있다.

◎… 장례미사가 끝난 후 고인의 시신은 장지인 경북 군위군 가톨릭 군위묘원 성직자 묘역으로 운구됐다. 이 대주교는 생전 바람과 유언을 통해 군위묘원 성직자 묘역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후 1시30분 경 유가족과 사제단을 태운 전세버스 2대를 포함한 운구 행렬이 도착했다. 십자가와 고인의 영정을 앞에 두고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장신호 보좌주교가 발걸음을 옮겼고, 교구 소속 사제 8명이 고인의 관을 성직자 묘지로 운구했다. 유가족과 신자 등 300여 명이 조용히 기도하며 그 뒤를 따랐다.

◎… 성직자 묘역에 관이 도착한 후 하관예절이 시작됐다. 하관예절은 묘지 축복과 성수 뿌림, 분향과 하관, 청원기도 순서로 진행됐다.

조환길 대주교는 “주님의 종 이 바울로가 고이 잠들어 안식을 누리다 영원한 천상 빛을 받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하관이 끝난 뒤 조 대주교와 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를 이어 사제들과 유가족, 신자들이 삽을 들고 흙으로 관을 덮었다. 이후 이문희 대주교의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 묘비와 비목(碑木)이 세워졌고, 신자들은 그 앞에서 다시 한번 기도하며 고인이 영원한 천상복락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하관예절이 끝난 후에도 많은 추모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이 대주교와의 마지막 작별을 아쉬워했다.

방준식 bjs@catimes.kr,우세민 semin@catimes.kr,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