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중국교회 역사이야기’ 좌담회

정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사진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4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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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뿌리 알기 위해 중국교회사 제대로 공부해야
선교사 없이 자생한 한국천주교 한문 천주교 서적 있었기에 가능
당시 예수회의 문서선교가 배경
단편적 사실만 알려진 한중 교회사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 기반으로 깊이 있는 교회사 연구 이뤄져야

중국교회 역사는 한국교회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던 한문서학서, 한국천주교 전래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중국교회 역사를 전문 연구자들을 통해 제대로 살펴본다면 우리 역사, 우리 교회 역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가톨릭신문은 창간 94주년을 맞아 ‘중국교회 역사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이하 연구회) 기고를 연재하기로 했다. 연재에 앞서 중국교회와 한국교회의 관계, 칼럼의 기조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좌담회를 가졌다.

진행: 박지순 취재1팀장

일시: 3월 19일 오후 2시

장소: 가톨릭신문 서울본사

- 박지순 취재1팀장(이하 박 팀장): 연구회가 아직 신자들에게 좀 생소한 단체인 듯합니다. 우선 신의식 회장님께 단체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 신의식 회장(이하 신 회장): 우리 연구회를 대표해서 가톨릭신문 창간 9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연구회는 2014년 제가 조광 교수님(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께 중국교회사 관련 연구모임과 그에 상응하는 연구회 조직의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말씀드리자 적극 찬성하셨고, 이후 관련 분야 전문가와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모임을 결성했습니다. 2017년 7월 15일에는 연구회 공식명칭을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로 정했습니다.

총회원은 20명이며 매월 마지막 토요일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연구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 예수회 고보곡(顧保鵠) 신부의 「중국천주교사대사연표」(中國天主敎史大事年表)를 번역하고 있는데 번역이 끝나는 대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중국천주교사와 관련된 일목요연한 자료 하나 갖추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기초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의 바람은 우리 연구회가 아시아천주교사 연구 분야에 있어 명실상부한 국제적 허브(International Hub)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 기관단체,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합니다.

- 박 팀장: 소개 감사드립니다. 그럼 본격적인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평신도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교회 역사의 시작과 중국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중국교회 역사가 한국교회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큰 틀에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신 회장: 큰 화두를 던져 봅니다. 중국교회와 중국교회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우리 교회가 세계사에 유례없는 자생적 교회라 해도 중국교회의 토대 위에 우리 교회가 성립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특히 지적 호기심이 강한 조선 지식인들이 한문서학서를 통해 서양의 생소한 외래 종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중국교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교회 역사를 제대로 알아 간다는 것은 우리 교회 역사를 보다 근원적으로 깊이 있게 아는 길임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 조한건 신부(이하 조 신부): 한국교회는 중국을 통해 들어온 한문서학서의 가르침을 익히고 따르면서 시작됐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문서학서가 한국교회에 길 안내자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한국사도 마찬가지지만 한국교회 역사도 한자문화권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지평이 훨씬 넓어집니다. 흔히 한국교회는 선교사 없이 평신도의 자발적 수용에 의해서 시작됐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처음 받아들일 때 한문으로 쓰여진 천주교 서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고 선언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편 구절을 인용합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가 처음부터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한문서학서를 통해서 이른바 문서선교로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교회와 그곳에서 간행된 여러 서적을 연구한다는 것은 한국교회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 장정란 교수(이하 장 교수): 주지하듯이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사적으로 동일 문화권에 속해 많은 것을 공유하며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교회 역사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해 부단히 올바른 길로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역사를 배워서 교훈을 얻기에는 역사교육에 할애된 시간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미비합니다. 교회사 관련 공부와 연구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중국교회 역사이야기’ 연재의 가장 큰 목적은 중국교회사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습니다. 그래야 중국교회사 전공 학자들이 그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역사, 우리 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아가는 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곧 한국교회사 연구자는 중국교회사를, 중국교회사 연구자는 반드시 한국교회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완전한 역사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박 팀장: 1984년 103위 시성식 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한국교회가 중국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신 회장: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84년 한국 103위 시성식 강론에서 중국교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한국교회에 위임하셨습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씀인데 가장 중요한 의미는 두 나라 교회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조 신부: 신 회장님께서 현재의 한국교회사와 중국교회사 현실을 잘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순교자와 성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져서 성지순례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회사 연구 부분은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본당에서도 주로 9월 순교자 성월이 돼서야 겨우 김대건 신부님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성지를 중심으로 많은 자료들이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오류들도 많고 과장된 내용도 많습니다. 전문가 양성과 전문해설사 등 봉사자 교육도 좀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이해서 제가 강사로 많이 불려다닙니다. 근데 사실 한국교회사 전공자들은 물론 중국교회사 연구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지금 교회사 연구에만 더 집중해야 하는데, 어느 선배로부터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올해는 좀 불려다니고, 시간 지나면 부르지도 않을 거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교회 역사의 의미와 가치, 그 중요성을 일깨우는 차원에서라도 한국교회사연구소도 좀 알리려고 몇 군데 본당에 특강을 다니고 있습니다.

- 박 팀장: 중국교회와 한국교회 관계를 논할 때 여러 가지 관점이나 요소가 있을 것이지만 중국의 한문서학서, 중국교회 인물, 전교 거점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교회 역사이야기’ 연재가 한국교회와 신자들에게 왜 필요한지와 향후 집필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신 회장: 먼저 집필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중국교회에 도움을 준다는 우월한 입장에서가 아닌 우리 교회 역사보다 앞선 중국교회 역사에서 배울 것, 본받을 것을 교훈으로 삼고 취해서 우리 교회와 영성을 풍요롭게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전제로 ‘중국교회 역사이야기’는 우리 연구회의 인력풀을 활용해 소주제별로 해당 분야 전공자가 통사적 시대 순으로 집필할 예정입니다. 먼저 근현대 동아시아 그리스도교의 시원인 중국 명 왕조 말엽 천주교 전래로부터 시작해 그다음 시대순으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큰 흐름을 짚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고, 신앙적인 측면도 강조하면서 아울러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숨은 역사적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기술하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중국교회사에 대한 관심이 우리 역사와 우리 교회사에 관한 관심으로, 그리고 다시 중국교회사로 향하게 함으로써 상호 교류하며 지평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박 팀장: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교회와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국교회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장 교수: 중국교회 역사에서 한국천주교와 관련된 사실들은 실상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교회의 주춧돌로 일컬어지는 서광계(徐光啓, 1562~1633)는 만주족 침입으로 위태로워진 명 왕조를 위해 조선에 원군을 요청할 것을 상소하며 청병(請兵) 사신을 자원했습니다. 그는 이 기회에 예수회 신부 삼비아시를 대동하고 조선 개교를 계획하면서 마태오 리치의 저술을 위시한 한문서학서를 준비했지만 청병이 좌절돼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1621년의 일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을 꼽는다면 소현세자와 아담 샬 관련 이야기입니다. 병자호란 때 인질로 끌려가 8년 여를 청나라 수도 심양(瀋陽)에서 지냈던 소현세자가 1644년 귀국 전 북경에서 70여 일을 머물렀습니다. 당시 소현세자는 흠천감감정(천문대장) 아담 샬과 여러 차례 만나 교류하며 아담 샬의 권유로 자신의 수행원 환관을 영세시키고, 멸망한 명나라 궁정의 신자 궁녀 여럿을 대동하고 조선에 돌아온 일이 있습니다. 만약 소현세자가 귀국 후 바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한국교회 역사는 또 다른 경로로 전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박 팀장: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와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도 중국교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보다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신 회장: 김대건, 최양업 신부님에 관련된 내용으로 몇 마디 말씀을 드립니다. 김대건 신부는 중국 상해 예수회 고틀랑 신부의 노력으로 페레올(高) 주교에 의해 사제로 서품되셨고, 최양업 신부는 중국 상해지역 마레스카 명의주교에 의해 사제가 됐습니다. 두 분 모두 공교롭게도 상해에서 사제서품 되셨습니다. 당시 상해지역 교회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또 상해지역 예수회와 김대건, 최양업 신부는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는 중국교회사를 통해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중국교회사를 볼 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말씀드립니다. 예를 든다면 예수회 선교사 바뇨니(Vagnoni)가 처음 중국에 들어올 때는 왕풍숙(王豊肅)이라는 이름을, 남경교난으로 축출된 후 다시 중국에 입국할 때는 고일지(高一志)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동일인이라는 것입니다. 또 1850년대 중국 상해 예수회에는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마싸(Massa, 馬) 성을 가진 4형제 신부가 생활했다는 것 등은 유념해서 봐야 할 부분입니다. 향후 연재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 조 신부: 김대건, 최양업 신부는 중국 유학생이었습니다. 최양업 신부는 김대건 신부보다 늦게(1849년) 서품됐지만 사제로서 만주대목구에서 7개월 정도 활동했습니다. 이것은 한국 사제가 해외에서 선교한 최초 사례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한국교회사의 기원에 있어 중국교회사 연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후의 한국교회 발전에도 중국교회 영향은 매우 큽니다. 선교 관점에서 본다면, 선교사 없이도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사를 보면 선교사 없이도, 문서만으로도 복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예수회 선교사의 중국선교와 문서선교가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중국문화를 배경으로 새로운 언어인 중국어로 복음을 다시 적었고, 한국은 다시 우리의 한문과 한글로 새롭게 해석해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교회, 한국교회, 그밖에 일본 등 아시아 교회 역사를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 박 팀장: 좌담회를 마치며 마무리 말씀을 회장님께 듣고 싶습니다.

▲ 신 회장: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가톨릭교회의 동양 전래와 한중 교회 역사에 대해 우리는 몇몇 단편적 사실만을 이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교회 역사이야기’는 교회와 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로 인해 중국과 한국의 교회사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이것은 우리의 교회, 우리 교회의 역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박 팀장: 오늘 좌담회에서 중국교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가톨릭신문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우리 교회에 유익이 되는 연재를 기대하겠습니다.

3월 19일 가톨릭신문 서울본사에서 패널들이 ‘중국교회 역사이야기’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한건 신부, 장정란 교수, 신의식 회장, 박지순 취재1팀장.

정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사진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