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천국을 엿보다 / 김영은

김영은(체칠리아) 시인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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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을 읽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신간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읽다가 지상과 영계를 왕래하며 살았다는 활자에 눈길이 꽂히면서였다. 사후

세계에 대해서 늘 궁금해 했고 그 방면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던 차였다.

스베덴보리는 스웨덴의 천재과학자였다. 그는 57세 되던 해 처음 계시자로 선택받아 영계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영계로 안내할 테니 영인들과 교류하고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소명이었다. 하느님은 과연 인간들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었을까. 종교인들은 영원한 세계가 있다고 믿기도 하지만,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있긴 뭐가 있느냐고 손을 내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천국과 지옥을 이토록 자세히 보여준 책은 없었다. 죽은 후에도 감각이나 손발, 심지어 감정이나 기억력, 사고나 의지까지도 변함이 없다는 건 전혀 새로운 정보다. 죽으면 육신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바람이거나 공기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감각이 육신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민해 진다니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천지창조는 인간을 위해서였다. 창조주는 사랑으로 인간을 만들고 기쁨을 누리려고 했다. 천국이 그토록 황홀한 곳이기에 인간이 육신과 영혼으로 살다 육신을 벗으면 천국으로 오도록 했다. 이 세상에서 죽음이 저세상에서는 탄생인 것이다. 그 많은 죽은 자 가운데서 아주 소멸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니 놀랍지 않은가.

스베덴보리가 안내하는 대로 영계로 들어가기 위해 그를 따라가 본다. 그는 아주 상쾌한 기분인데 가족들은 그의 육신을 붙들고 오열한다. 육신에서 벌떡 일어나 그 광경을 빤히 내려다본다. 전혀 아무 변화도 없고 생생히 살아 있다고 느낀다. 안내천사가 그를 안고 영계로 비상한다. 중간지점에서 잠시 비상을 멈추고 안내천사가 먼 곳을 가리키며 보라고 한다. 먼 곳에 수평선 같은 경계선이 있고 흰 구름이 떠 있다. 그 사이로 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과 건물이 보이고 흰옷을 입은 천사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아주 화려한 느낌이다. 이번에는 그 위로 다른 수평선이 보이고 그곳에도 아름다운 건물과 전원풍경이 보인다. 더 높은 곳에 또 수평선이 있고 아름다운 궁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천국은 입체적인 3단계로 되어있다. 모두 눈부신 광채 속에 빛나고 있다.

천사의 안내로 가장 높은 제3천국에 들어간다. 궁전은 금기와에 벽면과 바닥은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돼 있다. 궁전 주변의 주택들도 궁전만큼이나 아름답고 구획정리가 잘돼 있다. 멀리 푸른 산과 호수, 논밭과 목장도 보인다. 그 아래 제2천국은 모든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는 천사들이 산다. 유아 영들은 보모처럼 천사가 키우고 교육 받아 훌륭한 천사가 된다. 제1천국은 이슬람교나 불교, 어느 종교와 관계없이 양심적이고 도덕적으로 산 영인들이 살고 있다. 그리스도교인들만이 천국에 간다는 말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밑으로 내려와 중간영계에 도착한다. 천국과 지옥의 중간이다. 인간이 죽으면 제일 먼저 이곳으로 온다. 그 행적에 따라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준비하는 단계다.

이제 지옥으로 내려가 보자. 그 곳에 가니 흉측한 몰골의 지옥 영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다. 악취에 머리가 핑 돌 지경이다. 천국과 지옥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다. 천국의 빛을 견디지 못하는 영혼들이 스스로 지옥을 찾는다. 천국의 모델이 바로 우리의 몸이다. 내 안에 천국을 짓는 일만이 영원히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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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체칠리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