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사목 방향은?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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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감소만 걱정? 교회 본연의 모습 찾아야 할 때다
전례와 성사생활 위축돼 교회에 큰 충격 줬지만
일상의 신앙 실천 중요성 커지고 나눔 실천 늘어
교회 성장세와 미사 참례자 수 감소 걱정보다는
선교 중심으로 이웃 사랑 전하는 미래 준비해야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방역지침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교회 활동 또한 마찬가지다. 다행히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엔 우리나라도 코로나19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교회는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까? 과연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혹자는 뉴노멀이 일상이 된 지금, 교회 또한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 되고 되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19는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를 파고들었다. 감염병 전염을 막기 위해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교회의 사목 활동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줬다. 특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국의 모든 교구는 미사를 전면 중단해야 했다. 이후 2차, 3차 대유행을 거치며 미사도 재개됐다가 중단되는 부침을 겪고 있다.

전례와 성사생활 중단은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신자들은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중단, 단체 활동 금지 등으로 당혹감을 느꼈고, 신앙생활 자체가 단절됐다고 느꼈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고 감염증 재확산이 이어지면서 일부 신자들은 신앙생활에서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전례와 성사생활이 극도로 위축되고 신자들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일부 사목자들은 비대면 사목방안을 모색했다. 전화와 문자, 각종 SNS 수단들을 동원해서 사목을 위한 소통과 친교의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방송 미사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미사 중계, 다양한 신앙 콘텐츠 제공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일부 의욕적인 사목자들의 노력에만 국한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신자들은 코로나19를 통해 전례와 본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신앙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지난해 5월 평신도 6074명과 사제·수도자 5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신도들과 사제·수도자들은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으로 신앙 실천 의식과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교회가 가장 관심 가져야 할 주제로 꼽았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의 신앙생활 실천은 나눔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신자들은 1차 대유행 시작부터 자발적으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명동밥집’과 수원교구 ‘안나의 집’의 경우 신자들의 온정이 계속 전해지고 있으며, 지난해 본지의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는 평균 이상의 성금이 답지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신자들은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일상에서의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됐던 지난해 4월 12일 서울 여의도동본당의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신자들은 전례와 성사생활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당혹감을 느꼈고,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일부 신자들은 신앙생활에서 멀어지게 됐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교회 본질 다가가는 쇄신에 나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대로, 코로나19는 폭풍우처럼 모두에게 갑작스레 다가왔으며, 가정과 삶, 일자리, 공공활동의 행태를 바꿔놓았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우리의 삶을 우리의 버팀목이자 목적지인 하느님께로 쇄신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시련의 시간이자 선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교회는 코로나19로 직면한 변화와 도전에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응답의 핵심에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과 역할에 관한 깊은 성찰에 근거한 신앙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우리 교회 본연의 모습을 다시 반성하게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박해시대의 순수함과 열정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으며, 타성에 젖어 세속에 물들고 외형적인 발전과 번영에 눈이 멀어 있었다.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가고 있었으며, 성직자들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가오는 위기 상황에 대해 교회는 크게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교회 성장세가 줄어들고, 미사 참례자 수가 줄어드는 것만 우려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외면했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를 통해 깨달은 바를 실천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복음의 본질인 선교를 중심으로 형제애를 통해 이웃과 서로 사랑을 전하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본지도 앞으로 교회기관, 다양한 사목 관련 연구소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하느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가도록 다양한 사목적 제언에 나설 것이다.

박문수 위원장은 “신자들이 세상 안에서 훌륭한 시민과 신자로 살아가야 하고, 교회는 그런 신자들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박문수 교육연구분과위원장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상 제시해야”

본당 활동 위축과 공동체 붕괴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된 현상

교회, 세상에서 모범 보여주고

복음화 충실한 모습 갖추길

“코로나19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던 세속화와 성직중심주의, 신자들의 개인주의화와 신앙에 대한 열의 감소 등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빠르면 올해 말이면 코로나19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교회의 ‘민낯’을 반성하고 코로나19 이후 교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박문수(프란치스코) 교육연구분과위원장은 한국교회가 하루빨리 코로나19 이후의 사목활동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로 더욱 불거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전례와 성사생활을 막고 본당 활동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본당 활동 위축과 공동체 붕괴 현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봤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본당 활동이 크게 위축되기는 했지만, 이전부터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고,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화시켰을 뿐”이라면서 “교회나 신자들은 평소 전례와 성사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전례와 성사가 중지됐을 때 온 교회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본당 중심에서 일상생활 중심으로 신앙생활이 확장돼야 하며 “신자들은 세상 안에서 훌륭한 시민과 신자로 살아가려 결심을 하고 실제 그렇게 살아가야 하며, 교회는 이런 신자들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본당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교회가 신자들에게 올바른 방향과 목표를 정해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공동체를 새로 세우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신자상, 공동체상을 신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본래 본당 공동체가 살아가야 할 모습을 제대로 살면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교회와 사회에 큰 부담과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왕 겪은 코로나19의 긍정적인 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깨달은 바를 잊지 않고 대유행 이후를 대비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쇄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교회의 본질인 복음 선포와 이웃 사랑에 충실하고, 이를 이 시대의 언어와 표양으로 드러내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입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