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기후 위기, 무너지는 지구환경] 교회의 대응 노력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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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회개’ 호소하며 근본적인 생활 양식 변화 요청
1991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교회 환경운동이지만 동력 잃고 답보 상태 이어오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계기로 교회 환경운동 새 전기 맞아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 넘어 정의와 평화의 문제로 인식
“복음 실천하는 신앙적 행위”
주교회의 성명·사목교서 등 늦게나마 적극적인 노력 나서

■ 오랜 침체를 지나온 교회 환경운동

한국 천주교회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환경 보호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교회는 환경운동이 신앙인들의 실천 과제임을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수 년이 지나지 않아 교회 환경운동 동력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환경 보호를 위한 생활 실천 운동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교회 환경운동은 환경 보호가 신앙인의 소명이라는 점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환경운동 실천 방법들을 충분히 계발하지 못했다.

가톨릭신문은 1996년 교회 환경운동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특히 본당 환경분과나 단체가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시 2003년 가톨릭신문은 교회 환경운동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 환경운동의 실천이 여전히 답보 상태임을 지적했다.

본당 환경단체는 생활 실천 운동을 추진하거나 지역 사회의 환경 관련 사안들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참여가 이뤄지는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환경운동은 오랫동안 침체 상태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 최초 생태회칙으로 새로운 전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초의 생태회칙이라 평가받는 「찬미받으소서」를 2015년 반포하면서 교회 환경운동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를 통해서 환경과 생태 문제가 단지 지구와 자연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및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환경 보호는 정의와 평화의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신앙과 그 실천의 문제임을 회칙은 명확하게 제시했다. 보편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역시 이 회칙에 고무돼, 교회 환경운동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돌입했다.

기후 위기, 즉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구 환경 파괴의 긴박한 현실에 대해 「찬미받으소서」는 극심한 심적 고통 속에서 ‘생태적 회개’를 촉구했다. 교황은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찬미받으소서」 49항) 앞에서 우리는 환경과 생태 문제에 대해 결코 무관심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난 흠집”(「찬미받으소서」 163항)이 너무나 다양하고 뚜렷해서 더는 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생태계 파괴로 가장 먼저,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은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들임을 일깨웠다. 교황은 나아가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160항)라고 물었다.

■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

다시 5년이 지난 2020년, 교황청은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지구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히 집중적인 기념 기간을 선포했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2020년 5월 24일부터 2021년 5월 24일까지 한 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하고, 이 특별 기념의 해와 그 이후 10년이 모든 피조물을 위한 참된 희년 기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2020년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자연과 생태계 보전과 보호의 중요성을 결정적으로 깨닫게 된 해다. 특히 이러한 초유의 경험을 통해 인류는 누구를 막론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는 모두 저마다 자신의 문화, 경험, 계획, 재능으로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피조물 보호에 협력할 수 있음”(「찬미받으소서」 14항)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1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앞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기후 위기에 나서자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보편교회의 호소에 응답해 2020년 5월 8일 ‘기후 위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미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며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전환하고 지구촌의 파국을 비켜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주교단은 특히 성명에서 ‘생태적 회개’의 자세로, “우리 인류는 이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며 무책임하게 모든 피조물을 남용하고, 혹사하고 약탈했다”고 고백하고 “그 결과,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계는 이미 심각한 오염과 질병과 기후 위기에 봉착해 울부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탐욕과 오만으로 하느님과 자연을 거슬러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는 생태적 회개로 나아가야 한다”며 “무절제하게 개발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생활 양식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요청했다.

주교단은 나아가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특별 사목교서를 발표, “‘생태적 회개’는 현시대가 절박하게 요청하는 시대적 징표이며, 피조물 안에서 울부짖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행동”이라면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주교단은 “의식 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를 무한정 소비해 왔던 나날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 마지막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결국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 가톨릭기후행동 계획

교회 내 40여 개 단체와 400여 명의 개인들이 뜻을 모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야전 병원’을 자처하며 2020년 1월 ‘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을 공식 출범했다. 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한 응답으로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이어지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응이기도 하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일개 연합체로 그치지 않는다. 가톨릭 풀뿌리 신앙인들과 교회 조직이 온전하고 적극적으로 인류의 공통 위기를 직면해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와 생활 방식의 변화, 그리고 국가와 기업의 정책 변화에 대한 적극적 요구 등 ‘기후 행동’을 확산해 나가려는 신앙적 행위다.

가장 먼저 요청되는 것은 ‘생태적 회개’다. 이는 곧 하느님과 피조물,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내적 삶이며 생활 방식의 변화라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개인적 삶 안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며, 교회의 교구와 본당, 기관, 단체들은 화석 연료 기업과 금융을 피해 친환경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개인의 실천은 근본적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기후 정의를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톨릭 신자들은 적극적인 정치 행동을 통해 과감하게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 기후 정의에 입각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에게 적극 요구해야 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