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기후 위기, 무너지는 지구환경]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고통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4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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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더워지는 지구, 갈수록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등 기후 변화는 세계적인 문제
환경·사회·경제·정치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영향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피해
기후 변화로 인한 난민 증가
2050년엔 1억4300만 명 예상
각종 연구·조사 보고서마다 암울한 세계 기후 현황 예측
온난화 막기 위한 노력 절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들어왔기에 ‘위기’라는 단어가 가진 절박함과 긴박함이 많이 희미해졌다. 아직도 기후 위기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거나 혹은 자신과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통계와 수치를 통한 기후 위기의 과학적 증거를 알게 된다면 계속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최신 연구 자료인 지난해 전 세계 기후 현황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 상황임을 알리고, 기후 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2020년 지구는?

202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웠던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창궐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고통도 코로나19에 비견될 만했다.

이상기후 발생은 대륙과 나라를 가리지 않았다. 2020년 북극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았고, 특히 북극의 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3~5℃ 높게 나타나 1881년 이후 가장 높게 기록됐다. 6~8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기록적인 긴 장마와 집중호우, 많은 강수 등이 이어져 큰 피해를 남겼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에 6~8월 산불이 지속됐고, 북대서양에서는 11월 17일 기준 30개의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해 2005년 28개였던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출처: 세계기상기구(WMO) Provisional Report ‘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0’)

이 모든 비극의 가운데에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가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지구 평균기온은 14.9℃로 산업화 이전 대비 1.2℃ 높았다. 산업화 이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오래도록 거의 변화가 없었다. 환경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파리기후협정과 ‘1.5℃’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 목표를 실천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 이행에 대해서 공동으로 검증하게 된다.

■ 왜 ‘1.5℃’인가

그렇다면 왜 ‘1.5℃’를 강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일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각종 자연 재해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기도 하고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진다. 이는 결국 농림수산업 등 1차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다시금 식량 문제와 실업, 원치 않는 이주로 이어지게 된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2℃ 상승하면 북극해 해빙(海氷)이 10년에 한 번 모두 녹으며, 산호초의 99%가 소멸하는 반면, 1.5℃ 상승하면 해빙은 100년에 한 번 모두 녹고, 산호초의 10~30%는 살릴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 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환경, 사회, 경제, 정치, 재화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거나 자연재해에 대처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들과 가난한 이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 훼손으로 악화된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기후는 대륙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점점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의 가운데에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 2050년 기후 변화로 12억 인구가 이동

2018년 세계은행이 내놓은 ‘국제 기후 난민 준비과정’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세계 기후 난민이 1억43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8600만 명, 남아시아에서 4000만 명, 남미에서 170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보다 훨씬 더 비관적인 내용의 보고서도 있다. 국제경제평화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s & Peace, IEP)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연재해가 지난 수십 년과 같은 비율로 발생한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2억 인구가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15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9개국은 해수면 상승의 위험이 있으며, 이들 국가 전체 인구 중 적어도 10%가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앞으로 30년 이내에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및 태국의 저지대 해안 지역에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이들은 모두 가난한 이들이다.

생태 난민·기후 난민들은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보호나 원조도 받을 수가 없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된 기후 난민들은 임시 거주지나 도시로 향하게 되는데, 제대로 된 생활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 탓에 무분별한 벌목으로 자연을 훼손해가며 땔감을 마련하기도 하고 때로는 폐타이어와 같은 쓰레기를 태워 난방을 하는 탓에 또 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자리 또한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실업자나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800만 명 이상의 농민들이 기후 위기로 농사를 포기하고 중앙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으로 이주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수백만 명의 농촌 인구가 해안가나 도시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 또한 과테말라만 해도 수십만 명의 농민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고 한다.

기후 위기의 또 다른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가난한 국가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IEP 보고서를 보더라도 유럽, 미국 및 기타 선진국의 경우에는 당면하는 생태 위협 건수가 더 적고, 위험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는 선진국으로는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및 아이슬란드 등이 있다.

■ 한국은 기후 위기 ‘가해국’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부끄럽게도 한국은 세계 7위의 탄소 발생국(출처: 세계에너지통계, 2019)이자 G20 국가 중 네 번째인 화석연료 투자국으로 대표적인 가해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벌써부터 이상 기후로 인해 농사를 망치거나 어종이 바뀌어 어업에 큰 피해를 입는 등 사례가 날이 갈수록 많이 생기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에 한국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암울한 예측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 것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예외 없이 ‘어머니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