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나도 무릎을 꿇겠다, 폭력 멈춰 달라!”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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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알현 중 미얀마 언급하며
시그니스와 팍스 크리스티 등
민주화 시위 연대 공동 성명

미얀마 미잇키나에서 한 수녀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군경을 향해 무릎을 꿇자 군인들도 함께 무릎을 꿇고 있다. Myitkyina News Journal 제공

【외신종합】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한 미얀마 군경의 탄압과 구금, 유혈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을 바라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군부에 폭력을 끝내고 대화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3월 17일 수요 일반알현을 마치며 “다시 한번 큰 슬픔에 빠져 미얀마의 비극적인 상황, 특히 젊은이들이 미얀마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잃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나도 미얀마의 거리에서 무릎을 꿇는다”면서 “제발 폭력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나도 두 팔을 활짝 펴고 대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유혈폭력은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미얀마 현지의 한 수녀가 시위대 진압에 나선 무장경찰 병력 앞에서 무릎 꿇고 폭력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SNS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퍼지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수녀회 소속 안누타웅 수녀는 2월 28일 미잇키나에서 군경들이 시위대를 쫓아가자 이들을 가로막고 진압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 수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행위가 벌어졌는데도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후 곳곳에서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군경이 이를 무력 진압하며 유혈사태로 번졌다.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3월 16일 현재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100명 이상이 구금됐다.

크리스틴 슈라너 부르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미얀마 군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폭력을 거두고 대화에 나서달라는 요청에도 유혈진압을 계속하자 이에 비난하고 나섰다.

부르기너 특사는 3월 14일 “의료진을 포함해 계속되는 폭력에 미얀마의 평화와 안정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그니스와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마리아 사업회는 3월 15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선 미얀마 국민들과 연대에 나섰다. 세 단체는 “무엇보다 우리는 미얀마 국민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면서 “이번 쿠데타는 국민의 의지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무너뜨리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에 대한 꿈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