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헌혈증서 695장 기부한 정자동주교좌본당 김옥순씨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3-16 수정일 2021-03-16 발행일 2021-03-21 제 3236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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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주신 분들에게 진 빚 나눔 실천으로 갚겠습니다”
남편 치료 위해 모았던 증서 생명나눔 캠페인 소식 듣고 갖고 있던 헌혈증서 모두 기부

김옥순씨는 “앞으로도 나눔 실천을 통해 많은분들에게 받은 감사함을 갚아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힘든 시기에 저희 가족을 도와주신 분들에게 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헌혈증서 기부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 빚을 갚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옥순(아녜스·68·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씨는 교구 사회복음화국에 695장의 헌혈증서를 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얼마 전 교구 사회복음화국에서 헌혈 및 장기기증 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28년 전 아픈 남편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모아준 헌혈증서가 떠올랐다.

“30여 년 전 남편이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았어요.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경제적 여건상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 때 교우 한 분이 헌혈증서가 있으면 치료비를 어느 정도 감면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남편이 생사를 오갔던 당시를 ‘앞이 보이지 않았던 때’로 기억하는 김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본당 신자들도 김씨를 돕기 위해 나섰다.

“같이 레지오마리애 활동을 했던 신자분이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혈소판 기증이 가능한 학생들을 소개해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희 남편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힘을 모아주셨죠. 뿐만 아니라 군부대에 있는 친척 덕분에 군인들의 헌혈증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 기부한 헌혈증서의 대부분은 당시 군인이었던 청년들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헌혈증서를 통해 수많은 정성이 모였지만, 그것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김씨는 남편과 집으로 돌아왔지만, 기적적으로 남편의 건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진단 받았던 남편이 조금씩 괜찮아지더니 10년 만에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셨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모아주신 헌혈증서는 다 쓰지 못하고 집에 남겨뒀죠.”

지난 2월 27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2021 생명나눔 헌혈 및 장기기증 연중 캠페인’이 열린다는 소식에 집에 모아둔 헌혈증서가 생각난 김씨. 코로나19 확산으로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는 설명에 “요긴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695장의 헌혈증서를 교구 사회복음화국에 건넸다.

“요즘도 남편에게 ‘우리는 빚쟁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가족이 힘들 때 기도와 헌혈증서를 통해 도와주신 분들의 감사함을 잊지 말고 갚아나가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 캠페인 때 헌혈증서 기증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도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도 나눔 실천을 통해 그 빚을 꾸준히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