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1179~1199항 전례는 거룩한 제단이 있는 곳에서 하느님 은총을 받는 시간, 전례 축성된 성당에서의 거행을 권고 제물 봉헌으로 제단 거룩해져야 성령의 축복 받을 수 있어
한때 ‘전례의 토착화’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일반 대학 다닐 때 가톨릭학생회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축제 때 학생들이 신부님을 설득하여 선교 차원에서 학교 큰길 중앙에 제대를 차려놓고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느낌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전례라기보다는 ‘쇼’를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경하며 지나가는 학생들도 별로 감명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전례를 거행할 때 ‘어디에서 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에서는 축성된 성당에서만 전례를 거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는 “하느님의 영광이 머물러 있는 곳”(1197)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성령’이라 해도 됩니다. 선물은 예쁜 포장지에, 보물은 보물 상자에, 음식은 깨끗한 그릇에 담겨야 합니다. 전례는 하느님의 거룩한 은총을 받는 시간인데, 그 은총을 받는 장소가 길거리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은혜로 성령의 성전”(1197)이 됩니다. 가장 완전한 성전은 성모 마리아셨습니다. 그분의 깨끗함 때문에 완전한 은총 자체이신 분이 그분의 제단 위에 오셨습니다. 그분의 제단이 당신 몸이고 그 안에 영원한 생명이신 분이 잉태되셨습니다. 제단이 없다면 손을 내밀지 않으며 선물을 받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로마에 ‘성 바오로 대성당’에 들어가면 처음엔 그 크기에 압도당합니다. 그러다 성당의 규모에 비해 제단이 너무 왜소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오로 대성당은 여러 차례의 화제를 겪어야 했는데 성당은 증축하면서 제단은 처음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왜 성당을 증축하며 제단은 건들지 않았을까요? 성당의 중심은 언제나 성령의 은혜가 내리는 제단이기 때문입니다.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