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 요셉 대축일 기획]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10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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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버지 역할 배우고 성가정 이루도록 도와
5주 과정 프로그램 통해 아버지 역할과 정체성 찾아
편지쓰기·축복기도·포옹 등 구체적인 실천 과제 통해 가정의 실질적인 변화 유도

강의를 듣고 있는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지원자들. 아버지학교는 아버지 역할을 배우는 동시에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8일 ‘요셉 성인의 보편교회 수호자 선포 150주년 기념’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를 발표하고 성 요셉에게 아버지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교황은 이를 기념해 오는 12월 8일까지 ‘성 요셉의 해’로 선포했다. 아울러 성 요셉 대축일이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반포 5주년을 맞는 3월 19일부터 2022년 6월 26일까지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로 선포했다.

‘성 요셉의 해’와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를 동시에 지내게 되면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아버지와 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한 해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담당 김덕근 신부)를 통해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성가정을 이뤄가는 모습도 확인해본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에서 바치는 축복기도문.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에서 성 요셉을 ▲사랑받는 아버지 ▲온유하고 다정한 아버지 ▲순종하는 아버지 ▲수용하는 아버지 등으로 묘사하며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녀를 낳으면 피를 나눈 아버지는 될 수 있지만, 인격적으로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는 1주 6시간씩 총 5주차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아버지 역할을 배우는 동시에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그 시작은 각자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나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아들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서로의 나눔 안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월이 흐를수록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아버지에게 진심 어린 편지를 쓰면서 화해의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자녀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된다.

이어 일과 체면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남성문화 등 우리 사회 안에 자리잡은 왜곡된 남성상을 반성하는 시간도 가진다. 아버지학교는 남성의 모델을 예수님으로 삼고 책임감, 진실성, 사랑을 통해 진정한 아버지의 권위를 되찾고자 한다.

아울러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남편이 돼야 함을 전제한다. ‘좋은 남편 없이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아버지의 사명을 숙지한다.

아버지학교는 매주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아내와 자녀들에게 편지 쓰기, 축복기도 하기, 안아주기 등을 숙제로 내 준다. 지원자들은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라 다소 부끄럽지만, 이를 계기로 마음속 사랑을 표현할 수 있고 화목한 분위기를 이루는 데 좋은 효과를 낸다고 평가한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수료생들이 지원자들 식사 배식 봉사를 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동화 운영위원장 제공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교육 마지막 5주차에 지원자 가족들이 함께 참석해 교육을 받고 있다. 강동화 운영위원장 제공

■ 사랑의 기쁨인 성가정

아버지학교는 교육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영성과 가정에 집중한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분은 오직 하느님임을 고백하며, 신앙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가정교육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가정 성화야말로 나아가야 할 참된 길이며, 은총과 평화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선포한다. 자녀들이 그리스도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영성을 본받고 계속해서 신앙이 전수될 수 있도록 이끈다.

아버지학교 마지막 시간에는 어린 자녀부터 아내, 주변 지인들까지 참석해 가족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가정의 행복과 성가정을 이루는 것은 비단 남편, 아버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행복한 가정에는 대화가 있다’는 명제 아래 서로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대화의 방법을 고찰한다.

총 30시간의 과정을 익힌 아버지들은 끝으로 아내의 발을 닦는 세족례를 한다. 세족례를 하는 동안 부부들은 통회의 눈물을 흘리며 성가정, 새로운 가정으로의 출발을 다짐한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강동화 운영위원장이 아버지학교를 통해 배우는 아버지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인터뷰 /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강동화 운영위원장

“아버지들의 인생 후반전 위한 피정”

서로 상황 나누며 공감대 형성

성 요셉 모범 본받는 노력 통해

권위 내세우기보다 사랑 실천

수료 후 가정 위기 극복 사례도

“가족들이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채 축복기도를 하고 안아 주면서,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강동화(도미니코) 운영위원장은 2009년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를 1기로 수료한 후, 당시 숙제였던 ‘축복기도와 안아주기’ 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마침 당시에 자녀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라 소소한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 역할에 혼란이 있을 때여서 아버지학교가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학교는 가르치는 내용을 배운다기보다 아버지로서 서로의 상황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또 가정으로 돌아가 실천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게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사랑을 실천하면서 아내와 자녀들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지만 적게는 40년, 많게는 60년간 살아온 습관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를 위해 신부님과 선배 수료생들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동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학교의 특별한 점은 수료생 중 많은 아버지들이 봉사자로 다시 참여한다는 것이다. 봉사를 하면서 지원자 때 풀지 못한 문제들을 깨닫게 되는 재교육 효과를 얻기도 하며, 실제로 개설할 때의 지원자들보다 봉사자들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강 위원장은 “9년 전 조장 봉사를 할 때, 이혼 위기까지 갔다가 마지막 시도로 아내가 신청해 만난 한 조원이 있었는데, 3~4주차부터 변화가 일어나 지금까지 가정을 지키며 아버지학교 봉사자로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학교는 아버지들의 인생 후반전 피정 시간이며, 좋은 아버지들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곳”이라며 “결국 이 모든 과정은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수님의 양부이자 하느님의 자녀로서 아내와 아들을 기다리고 지켰던 요셉 성인은 아버지학교의 수호성인과 같은 분”이라며 “요셉 성인을 본받아 아버지이기 때문에, 또 남편이기 때문에 자녀들과 아내를 더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버지이기 이전에 인간이기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가족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이 성가정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