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 안 쓰기
“생태적 삶은 사실 수고스럽다
하지만 ‘나’만이 아닌 ‘우리’와
‘어머니 지구’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비닐 안 쓰기 4주차에 접어든 지금, 조금 생뚱맞지만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존재조차도 신경 안 쓰고 모른 체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속 비닐 사용이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자주 접하는 비닐 랩, 치실 등이 포함됐다.
평소 비닐 랩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꼭 비닐 랩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던 중 순면에 밀랍을 입혀 만든 재사용 가능한 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제로 웨이스트 상점인 서울 망원동 알맹상점을 찾았다.
밀랍 랩이 비닐 랩의 대용품인 것은 맞지만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우선 밀랍 랩은 실온 이하의 음식과 그릇에만 사용하고, 전자레인지에는 사용할 수 없다.
반찬 그릇을 데울 때 덮는 용도로는 부적합한 것이다. 대신 밀랍 랩은 손의 온기로 식재료나 그릇 모양을 잡아 수 초간 꾹 눌러주는 것으로 간단한 음식 포장재로 사용 가능하다.
랩을 뚜껑처럼 사용할 경우의 대용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밀착이 잘 되고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 뚜껑이다.
알맹상점에서 밀랍 랩 하나, 실리콘 뚜껑 하나와 실크로 만든 치실 등을 구입했다.
치실은 주로 나일론이나 테플론, 드물게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세 가지 모두 썩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기에 비닐은 아니지만 비닐과 마찬가지인 문제점이 있다.
실크 치실은 유명 브랜드 치실처럼 매끄럽지도 않고 뭔가 투박한 사용감이 있었다. 하지만 매일 계속 사용하는 물건이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생태적 삶은 사실 수고스럽고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든다. 하지만 ‘나’만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와 ‘어머니 지구’,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자 신앙의 실천이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한꺼번에 맡기곤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큰맘 먹고 겨울옷들을 손빨래 하려고 한다. 세탁소에 맡긴 옷들은 비닐 커버를 씌워서 돌아오기에 본의 아니게 ‘비닐 안 쓰기’를 지킬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보게 될지 기대하며 몸은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비닐 안 쓰기’를 계속 확대해 나가야겠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