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황정기 병원장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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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나눔의 영성적 가치 확산에 힘쓰겠다”
수술 트라우마와 상실감 등 공여자·수혜자 관리에 만전
관련 부서와 협업해 지원
“장기기증 희망자 급감 현실 대중 공감대 일으키고 싶어”

3월 4일 은평성모병원에 문을 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병원장 황정기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이라는 큰 메시지를 주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다시 한번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하 장기이식병원)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이라는 큰 메시지를 주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다시 한번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3월 4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에 문을 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병원장 황정기(라파엘) 교수는 병원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가톨릭의대 다장기이식팀장,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역임한 황정기 교수는 장기이식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오랫동안 장기이식 분야에 몸담고있는 황 교수는 “우리나라는 생체이식 비율은 높지만 뇌사자 이식은 적은 편”이라며 “본인이 기증을 동의했더라도 뇌사 판정을 받은 이후 최종적으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기기증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나도 장기기증자나 장기기증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하고 선종하면서 2009년 7만4018명이었던 장기기증희망자가 이듬해에 18만3370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사후 각막 기증도 평년에 비해 3배로 급증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18년에는 다시 장기기증 희망자가 급감, 7만763명에 그쳤다.

황 교수는 “영향력 있는 분들의 장기이식 소식도 장기기증 비율을 높이지만 평범한 개인의 기증 사연이 꾸준하게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다”며 “장기이식병원 개원과 함께 장기이식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를 다시 한번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개원 당시부터 장기이식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은평성모병원은 장기이식병원 개원에 특별히 힘을 쏟았다. 이식 분야별로 최고의 의료진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위험 이식을 위해 병리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장기이식 전담 의료진이 진료에 참여하는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도 운영한다.

황 교수는 “저희 장기이식병원은 최적의 환자관리를 위해 의료진은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약제팀, 영양팀, 사회사업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팀을 이뤄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수술 트라우마 및 상실감 관리, 수술 후 재활과 운동, 면역억제제 등 복약 지도, 영양상태 평가와 식단 관리, 이식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이식을 통한 사랑과 나눔의 영성적 가치 확산’이라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힘을 모아 좋은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은평성모병원 G층에 마련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흉상이 가장 먼저 환자들을 맞이한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의 흔적은 병원 곳곳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황정기 교수는 “저희 장기이식병원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자가 다시 증가하고 말기장기부전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기기증 문화와 제도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며 “아울러 장기이식 분야의 질적, 양적 성장을 꾀해 10년 내에 세계 초일류의 장기이식병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