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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문화선교에 힘 쏟는 서울 방화3동본당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3-02 수정일 2021-03-02 발행일 2021-03-07 제 323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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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음악으로 만나는 치유의 예수님
음악과 함께하는 미사 봉헌
복음·전례 관련된 음악으로 예비신자 교리 교육도 진행
세월호 추모 공연서 체감한 음악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 지역 주민들과도 나누고 싶어

2월 25일 방화3동 본당에서 열린 사순 음악피정에서 김지영 주임신부가 ‘가시나무’를 노래하고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2월 25일 오후 8시, 코로나19로 인적이 드문 거리에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순 시기를 보내며 서울 방화3동본당(주임 김지영 신부)에서 마련한 음악피정은 따뜻한 음악들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이날 피정에서는 성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선곡됐다. ‘걱정말아요 그대’를 비롯해 ‘오버 더 레인보우’, 구노의 ‘아베마리아’, ‘십자가’ 등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곡 뿐 아니라 사순 시기를 보내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삶을 묵상할 수 있는 음악들이 함께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의 연주는 피정의 깊이를 더하고, 주임 김지영 신부가 직접 들려준 노래는 신자들의 마음에 와 닿았다.

이날 사순 음악피정에 참여한 신자는 90명 남짓. 코로나19 탓에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지고 있음이 신자들의 표정을 통해 느껴졌다.

이날 음악피정에 참석한 전미란(안젤라)씨는 “음악과 함께 미사를 하니 딱딱하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다”며 “어려운 시기에 미사를 통해 치유 받고 행복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화3동본당은 한 달에 1, 2회 이상 음악과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 가톨릭 소년소녀 뮤지콰이어 등 유명 합창단의 공연도 1년에 한차례 정도 진행해 왔다. 예비신자 교리에서도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3월부터 열리는 교리는 1부 이론교리와 2부 음악교리로 진행된다. 미사에서 선보일 음악은 김지영 신부가 직접 선곡한다. 복음말씀이나 전례와 관련된 음악을 선곡해 신자들이 음악을 통해 복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방화3동 본당은 순교자 성월을 맞아 2020년 9월29일 음악과 함께하는 순교자의 밤 미사를 봉헌했다.

아름다운 음악들로 채워진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방화3동본당 신자들은 하느님과 더욱 가깝게 만나고 있었다. 이처럼 방화3동본당이 적극적으로 문화선교를 펼치게 된 것은 음악을 통한 복음화가 이 시대에 필요하다는 김 신부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미사음악에서 시작됐습니다. 따라서 음악을 빼놓고서는 미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고,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과 예술로 하는 복음화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음악을 매개로 사목 활동을 해 온 김 신부는 문화선교의 가장 큰 역할은 ‘위로’라고 말한다. “예수님은 그 시대에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사목자의 역할도 바로 그런 것이죠. 코로나19로 인해 신자들은 줄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소중하고 어루만져야 할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손길이 바로 음악이 될 수 있죠.”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을 경험한 순간, 한마디 말보다 음악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김 신부는 수원교구 와동본당에서의 공연이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아이들을 잃은 와동본당에서 음악회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유가족뿐 아니라 성당에 아이들의 유해를 모시고 음악회를 진행했죠. 자식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에게 ‘힘내’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음악 안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어요. 음악회가 끝나고 유가족들이 ‘아이는 떠났지만 제 안에 작은 평화가 깃들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애틋함이 커졌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리스도께 위임받은 메시지를 전하려면, 교회는 예술을 필요로 한다”면서 “예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의미 있는 표현으로 바꾸어 준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교황이 전한 이 말은 삶이 힘들고 어려워진 이 시대에 더욱 유용해졌다. 김 신부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것은 신자들 뿐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열어 지역사회 복음화에도 힘을 쏟고 싶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