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십자가로 ‘위로’전 여는 부녀 작가 김동준·김다은씨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3-02 수정일 2021-03-02 발행일 2021-03-07 제 323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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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女(부녀) 대장장이가 메질한 ‘표정있는 십자가’ 어때요”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해 다양하고 세밀한 시도 돋보여
영원·구원·원죄 등 이름 붙여 믿음을 시각화하는 노력도

십자가 작품 전시 ‘위로’를 함께 여는 ‘부녀 대장장이’ 딸 김다은 작가와 아버지 김동준 작가.

부녀 사이인 김동준·김다은(마리스텔라) 작가는 철을 달구고 녹이고 두드리는 수작업으로 작품을 만드는 ‘대장장이’다.

단단한 철로 ‘뚝딱뚝딱’ 세밀하게 표현한 다양한 물건과 작품을 만들어 내지만 이들 작업의 중심에는 ‘십자가’가 있다.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아버지 김동준 작가(㈜철쟁이 대표)는 20년 전 대장간 일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가구, 조명, 생활용품 등 여러 가지를 철로 만들면서 유럽 장식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관심은 자연스럽게 종교와 접목됐고 특히 십자가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딸 김다은 작가는 지난해 성탄 때 세례를 받은 새내기 신자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십자가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같이 만들면서 위안을 얻어 아버지의 길을 따르게 됐다. 딸 김 작가는 지난해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두 작가는 3월 3~9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3전시실에서 작품 60여 점을 선보이는 첫 부녀전 ‘위로’를 연다.

이들이 만든 십자가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도자기와 콜라주를 하기도 하고, 사슬을 꼬거나 세밀한 부분을 하나하나 용접해 나타내는 등 여느 성물과는 다른, 작품으로서의 십자가를 이룬 창의적인 시도들이 돋보인다. 주물이 아닌 손작업으로 작품을 만들기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세심한 표현이 가능하다.

김동준 ‘염원’

김다은 ‘Spring’.

특히 두 작가는 자신들이 만든 십자가를 “표정을 가진 십자가”라고 말한다. 십자가에 eternity(영원), 원죄, 구원, spring(봄) 등 어울리는 이름을 각각 붙였다. 이들은 “십자가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믿음을 시각화했다”고 말하면서 “예술 작품을 보고 가슴에 감동이 와 닿는 것처럼 십자가를 보면서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도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두 작가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해마다 부녀전을 열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두 작가는 서로에 대해 그저 고맙다고 말한다.

“아버지께 배울 점이 많아요. 늘 자료 검색과 연구에 열심이시고,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가 쌓은 노하우를 옆에서 직접 가르치며 전수해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김다은 작가의 말이다.

아버지 김 작가는 “한창 놀기 좋아할 나이에 춥고 열악한 공장에서 용접 등 거칠고 힘든 작업을 하는 다은이가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고 칭찬하면서 “흔치 않은 여자 대장장이의 길을 걸으면서 변화한 시대에 맞는 추상 작업을 하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이들 작가는 이번 전시 제목을 ‘각자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 앞에서 코로나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십자가를 통한 위로를 전한다’는 의미를 담아 ‘위로’라고 지었다. 이에 덧붙여 두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십자가 속에서 주님 안에 자신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