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 (4) 주님을 더욱 가까이

나기정 신부 (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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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지키며 이어주고 함께하고 연대하자
메시지로 복음 묵상글 보내거나 온라인 소그룹 말씀 나누기 가능
우울한 모습은 훌훌 털어버리고 다양한 사목적 노력들 해야 할 것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김민수 신부(오른쪽)가 성당 내 로사리오카페에서 ‘책을 읽어주는 신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교회 활동이 제한되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활동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가 급하게 당겨졌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융합’이다. 다양한 분야가 서로 연계되어 조직되고 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이고, 이어주고, 함께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는 ‘공감과 조화’가 이 시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인 것이다. 이것은 이미 교회 전례가 실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환경’에 처하게 돼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돼야 하는 상황이다.

■ 교회 전례와 사목의 디지털화와 개별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일상 가지던 행사, 기도모임, 잔치 등 함께 어울리면서 가졌던 모든 것들이 요원하게 됐다. 긴 시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상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며 더 이상은 그런 것들을 갖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물리적으로는 흩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어주고 함께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함께 모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러기에 오프라인 모임(물리적인 현장 모임)에서 온라인 모임(여러 통신 매체를 통한 모임)으로 변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교회 전례 사목의 중요한 핵심은 주님과 함께하며,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삶이 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님 말씀’에 더 집중해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당이나 여러 공동체 차원에서 ‘매일 복음 묵상글’을 문자로 보내주는 것도 좋다. 단체별로 그룹방을 통해 말씀 나누기를 정기적으로 갖도록 한다. 소공동체 운동에서 해왔던 가족간 말씀 나누기도 가능할 것이다. 또 온라인으로 하는 ‘사제와 함께 하는 성경통독’도 좋을 것이다. 그 외에 레지오마리애 주회도 그룹방을 이용해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보편화돼 있으므로 조금만 익히면 가능할 것이며, 항상 ‘주님 말씀을 가까이 접하고 친밀하기’ 위한 목표로 진행돼야 한다. 더 나아가 실시간 영상(유튜브 중계 등)을 마련해 성경 말씀을 자세히 설명하고 보충해 주거나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개별 방문해 말씀과 기도 안내를 해줄 수 있다.

또한 다수가 모이는 형태의 교회 활동이 불가능하다면 소수가 개별적으로 연결돼 교회 활동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형태는 이미 실천해 왔던 활동과 전례가 있다. 예컨대, 병자 영성체가 개별과 소수로 이루어지는 전례다. 고해성사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방역 단계에 따라 미사 외에 여러 소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아무런 사목 프로그램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4인 이하 식사 모임이 가능한데, 4인 이하 교회 모임을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식사 모임은 마스크도 쓰지 않지만, 교회 활동 모임은 마스크 착용과 충분한 거리두기를 갖고 시행한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이다. 넓은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이 모이는 교리반, 주일학교 등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미사 후에 갖는 합동 주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 코로나 우울증인가?

어떤 이들은 말한다. 전쟁을 해도 밥은 먹어야 하고 학교 공부는 해야 한다고, 그렇게 해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사를 못하더라도 기도는 해야 한다. 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교육 모임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방역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형태로라도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팬데믹으로 그동안 활동량이 줄어들어 신체적으로 소화불량, 몸살이 생기기도 했다. 정신적으로는 멍 때리듯 집단 우울증세를 가진 것은 아닌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놓고 있었다. 아무런 사목도 하지 않는 이유를, ‘방역지침’이라는 규정에 숨겨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새로운 사목적 노력들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되새겨볼 일이다. 우리 신앙의 우울한 모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신자들에게 빈번하게 말 걸기, 하느님 은총 전하기, 사랑과 관심 보이기를 위한 사목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이 시작됐지만, 올해 내에도 집단 면역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전 세계 인구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데 5년 이상은 걸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예전과 동일한 생활 패턴을 갖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임을 또한 암시하는 말이 된다.

나기정 신부 (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