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의정부교구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4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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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대·실천 망라한 ‘생태 지킴이’ 행동 길잡이
‘생태적 희년’ 여정에 적극 동참
통합생태적 접근을 기반으로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과 자료 제시
교구 내 모든 본당에 책자 배포

지난해 7월 24일 의정부 기후위기 비상행동 출범식에 참여한 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를 비롯한 의정부 내 30개 단체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영상과 사진을 통해 기후위기 의정부 비상행동 출범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 제공

교회 첫 생태 회칙으로 평가받는 「찬미받으소서」 반포(2015년 6월 18일) 5주년 이후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보편교회가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제시한 7년 여정에 발맞춰 한국교회도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식하며 이를 받아들였고,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조병길 신부)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을 발간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 움직임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기념해 2020년 5월 24일부터 2021년 5월 24일까지 1년간을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다. 이어 2022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생태론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출범하자고 요청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생태계 회복을 위한 보편교회의 초대에 응답하며 지난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교서 실천지침’을 만들어 가정과 본당, 교구의 구체적 실천과 연대를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통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구는 원래 기후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탄력을 잃어버려 모든 생태계는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며 보편교회와 한마음으로 7년간의 생태적 희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의정부교구는 이에 발맞춰 교구 사회사목국 주도로 2월 5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을 한국교회 최초로 발간하고, 생태 지킴이로서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자료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이하 행동 플랫폼)은 사회, 경제, 문화, 일상생활 등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통합생태적 접근을 기본 정신으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자고 촉구하는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에 따른 행동 길잡이다.

행동 플랫폼에는 생태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와 개념부터 가정과 본당, 교구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소개하며 ‘교육, 연대, 실천’을 이끌고 있다.

특히 행동 플랫폼 참고자료에는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워 줄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동영상, 관련 단체에 대한 QR코드가 함께 게재돼 있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울러 160여 권에 이르는 기후위기 관련 도서를 여러 분야로 나눠 각자 수준에 맞게 읽을 수 있도록 추천하고 있다.

행동 플랫폼 책자는 교구 내 모든 본당에 배포됐고, 타 교구와 주교회의에도 전달돼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교회 전체 움직임에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

교구 홈페이지(http://ucatholic.or.kr)에 웹 매거진으로도 올라가 있다.

조병길 신부는 “행동 플랫폼은 공동합의성 정신으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합심해 만든 결과물이다”며 “이렇듯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모으려는 노력이 더해질 때 공동의 집을 지키는 구체적 실천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 의정부 교구장 이기헌 주교

“생태적 회심 통한 연대와 실천 이어가는 계기 되길”

자연재해 컸던 지역적 특성상 기후위기 심각성 깊이 깨달아

사제·수도자·평신도 함께 참여 공동합의성 정신 실현도 큰 의미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생태적 회심이 이뤄져야 실천도 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습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행동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생태적 회심을 꼽았다. 이 주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태풍과 홍수, 산불 등 천재지변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임을 이제 모두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생태 위기를 예견한 회칙이 「찬미받으소서」”라며 “공동의 집인 지구가 위협받고 있다는 교황님의 예고대로 경각심을 느끼고 생태적 회심을 통한 연대와 실천을 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정부교구가 가장 먼저 행동 플랫폼을 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크게 일어났던 지역적 특성에 있음을 밝혔다.

이 주교는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니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었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과 관련해 의정부교구는 ‘기후위기 의정부 비상행동’ 출범에도 함께하며 의정부 지역 각계각층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왔다.

또 교구 사회사목국 산하에 코로나19위원회를 설치해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주교는 “사회사목국 내 코로나19위원회 활동의 중심은 기후위기”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들을 하면서 책자도 발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동합의성 정신으로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뒀다. 이 주교는 “연대의 기본이 공동합의성 정신”이라면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모두 참여해서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동 플랫폼에는 7년 여정, 7개 영역(가정, 교구·본당, 학교, 대학교, 병원, 기업·농업, 수도회) 등 ‘7’이라는 숫자가 두드러진다. 이 주교는 “성경에서 ‘7’이라는 숫자는 창조에서 안식일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해 완성의 의미가 있다”며 “기후변화라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7년의 시간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가 상승하는 임계점에 다다르는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7년간 여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주교는 “회개하고 기도하는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회개한다고 하면 윤리적인 죄를 생각한다”며 “하지만 심각한 기후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더 큰 죄는 자연을 해치는 데 일조한 모든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순 시기에는 특별히 지구를 위한 기도와 함께 생태적 회심을 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