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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웃고 우는 세상, 신앙인의 태도는?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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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테러도 폭력… 이웃 사랑으로 책임있는 선택해야
비대면 사회, ‘별점’이 서비스·제품 주요 평가 기준
거짓 의견 남기는 악덕소비자에 장기간 불이익도
내 결정 신앙적인지 식별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길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플랫폼노동, 식당 배달문화 등이 발달하자 서비스나 제품 등을 소비자들이 별의 개수로 평가하는 ‘별점 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별점은 유용한 점도 있지만, 약소한 노동자나 식당에 대한 권력으로 이용되는 문제도 낳고 있다. 별점 문화 속에서 신앙인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 권력이 돼 버린 별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소비에도 비대면이 강화됐다. 직접 가서 보거나 이용하거나 맛볼 수 없으니 해당 제품이나 식당, 서비스 등을 선뜻 이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지표가 바로 ‘별점’이다. 별점은 별의 개수로 한 눈에 대상의 점수를 보여줄 뿐 아니라 대상을 이미 이용한 소비자들이 직접 평가하기에 타인이 쉽게 조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다 보니 별점은 업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참고가 되는 잣대로 자리 잡고 있다.

별점은 다른 이들의 평가를 통해 대상을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지만, 별점의 영향력을 악용하는 일도 늘어 이슈가 되고 있다. 서비스나 할인을 해 주지 않으면 별점을 낮게 주겠다는 사람부터 사실을 왜곡해 거짓 리뷰와 별점을 남기는 사람, 여러 사람을 모아 인위적으로 특정 업체의 별점을 낮게 만드는 사람 등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악덕소비자(Black Consumer)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낮은 별점을 주는 이들의 행위를 일컫는 ‘별점테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별점테러’를 당하면 업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사실 관계 이전에 일단 낮은 별점을 받으면 매출이나 소득에 타격을 받는다. 악덕소비자만이 아니라 실수나 장난으로 올린 낮은 별점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돼 지속적으로 영업에 영향을 준다. 택배나 배달을 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은 낮은 별점을 받으면 장기간 일을 배정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재훈(36)씨는 “손님과 대면해서 서비스 하면 만족도를 바로 알고 대처할 수 있는데, 배달 같은 비대면 업무에서는 손님들과의 소통이 없다 보니 별점이나 리뷰가 중요하다”면서도 “낮은 별점이 한 번 올라오면 3일 정도는 해당 메뉴 주문이 급감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보니 낮은 별점이 달리면 가게에 모든 안 좋은 일이 저 별점 때문이 아닐까 하는 강박까지도 생긴다”고 말했다.

■ 형제애 안에서 별점 바라봐야

손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사실을 밝히기도 하지만 가짜뉴스가 되기도 하는 별점. 악덕소비자나 ‘별점테러’ 등의 행위는 “이웃에게 불리한 허위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신명 5,20)는 십계명 중 여덟 번째 계명을 거스르는 일이 된다는 것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칠죄종에서는 ‘질투’에 해당하는 죄다. 판토하 신부가 칠죄종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저술한 「칠극」에서는 “남의 나쁜 점을 생각하고, 남의 잘못을 헐뜯고, 남에게 재앙이 생길 것을 바라는 이러한 악은 모두 질투의 갈래”라고 했다.

그렇다면 악의적으로 거짓 별점을 달지 않고 사실만으로 평가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교회는 “진실을 전달받을 권리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가르친다. 비록 사실이라 하더라도 형제애를 강조하는 복음의 계명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그것을 알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를 가늠해 봐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488항) 알 권리가 이웃 사랑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 신부는 “그 사람이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쉽게 별점을 주게 되는데, 만약 별점을 받는 당사자가 자기 가족이라면 신중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이가 하느님 안에 한 형제라는 신앙인의 관점으로 형제애를 지니고 별점을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인의 자세는 별점을 매기는 것에만 있지 않다. 다른 사람이 평가한 별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하다. 혹시 자신이 참고하고 있는 별점이 허위로 매겨진 ‘가짜뉴스’는 아닌지 식별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제52차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가짜뉴스는 바이러스처럼 빨리 퍼지고 막아내기 어렵다”며 “인간 존재에게서 쉽게 불타오르는 채울 수 없는 탐욕을 공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거짓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이를 퍼뜨리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타인의 결점이나 이웃의 도덕적인 결점을 충분한 근거도 없이 은연중에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경솔한 판단의 죄를, 타인의 결점이나 과실을,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알리는 사람은 비방의 죄를 짓게 되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477항)

이에 관해 베르나르도 성인은 “헐뜯는 말을 들었을 때, 엄숙한 얼굴빛이나 곧은 말로 그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그것을 듣고 마음에 담으며 자세히 묻는다면 헐뜯는 말을 하는 죄보다도 무겁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별점만으로는 올바른 식별이 어렵다. 식품·제품·서비스 등 결과물 자체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업체, 소비자, 생산과정 등 별점 대상을 둘러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올바른 소비인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별점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소비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별점이 낮은 식당이더라도 가난한 이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라면 찾아가 이용하고, 별점이 높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이 가난한 나라와 불공정거래를 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거부하는 방식 등이다.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매스컴 박사)는 “신앙생활은 성당에서 하는 활동도 포함되지만, 일상 안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별점만 보고 무비판적으로 소비한다면 비신자와 신자의 차이가 없다”며 “내 소비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수단이 됐는가를 돌아보고 자신의 소비와 평가(별점)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