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3월이 온다, 하늘의 계시처럼… / 김월준

김월준(파스칼) 시인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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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온다, 하늘이 내리는 계시(啓示)처럼… 겨우 내내 꽁꽁 얼어 움츠렸던 산과 들이 한꺼번에 기지개를 펴며 환성(歡聲)을 내지른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들고 새들도 덩달아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지난해부터 달라진 일상에 직면했다. 지구촌에 들이닥친 코로나19 때문에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집안에 갇혀 즐거운 봄, 가을 나들이 한번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 세상에 구속도 이런 구속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이 되지 않은 한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없다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러니 방역을 맡고 이들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저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일터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아야하는 가난한 이들이 가장 눈에 밟힌다. 모두가 나서서 돈이나 물품이 안 되면 말과 마음으로라도 힘껏 도와주어 하루 빨리 그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자비요, 사랑의 나눔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기억해야 한다. 5000년 역사를 겪으면서 수많은 전쟁과 수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흩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갑게 지내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사노라면 좋은 일, 기쁜 일도 오지 않으리. 겁내지 말고 마스크 쓰고 손을 자주 씻고 생활환경을 깨끗이 소독하면서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와서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해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듯 코로나 백신도 그렇게 맞으며 살아가야 될 것 같다.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겠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친구처럼 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옛말에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아가라는 말이다. 요즘 우리가 지켜나가는 생활수칙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하든지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우로 갈린 이 사회를 하나로 똘똘 뭉쳐 서로가 반성을 할 것은 반성을 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를 하고, 화해할 것은 화해하면서 하나의 구심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네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의논을 하고 협의를 해서 좋은 점은 받아드리고 나쁜 점은 버리면서 살아가면 되느니. 건강한 사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가면서 살아가노라면 보다 큰 목표에 이르게 되느니.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앞에 놓인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되지 않으리. 한 사람의 지혜보다는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하나로 모아질 때 보다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지긋지긋한 이 코로나 사순절이 지나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는 생명의 부활절이 하루빨리 오기를 학처럼 목을 빼고 기다려 본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월준(파스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