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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암브로시우스 「성직자의 의무」 번역 출판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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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올바른 것은 이롭지 않을 수 없다”
암브로시우스 지음/최원오 옮김/657쪽/3만5000원/아카넷
‘사랑의 윤리’ 토대로 올바름과 이로움 다뤄
성직자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규범
‘그리스도교 최초의 윤리교과서’이자 ‘서양의 목민심서’로 불리는 「성직자의 의무」(De officiis ministrorum, 이하 「성직자」)가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서방의 4대 교부로 꼽히는 밀라노의 주교 성 암브로시우스(Ambrosius, 334년경∼397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있는 베르니니의 청동조각에서 베드로 사도좌를 떠받치고 있는 두 인물이 성 암브로시우스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사실은 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변호사와 총독 고문을 거쳐 지방 집정관으로 일하던 암브로시우스는 주교 선출을 감독하러 밀라노대성당에 들어갔다가 신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세례 받은 지 7일 만에 주교품을 받은 신화적 인물. 성경 주해와 신학 저술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윤리 작품을 남긴 암브로시우스는 주교 서품 이후 가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줘 성직자의 사표가 됐다. 그의 인품과 가르침은 방탕한 생활을 하던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대 로마 정치가 키케로(기원전106∼43)가 아들을 위해 쓴 「의무론」을 뼈대로 삼은 「성직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연대에 뿌리내린 정의로운 삶, 공동선과 사회적 우정에 관한 신학적 해석 등 성직자가 지녀야 할 품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키케로가 지혜로운 사람을 이상적 인간으로 내세웠다면, 암브로시우스는 참으로 지혜롭고 의로운 사람의 본보기를 성경에서 찾아 제시한다. 곧 하느님의 법에 뿌리 내린 사랑의 윤리를 토대로 예지·정의·용기·절제 등 사추덕(四樞德)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했다.

암브로시우스가 「성직자」에서 강조하는 핵심 주제는 올바름과 이로움이다. 총 3권으로 구성, 제1권에서는 올바름, 제2권에서는 이로움, 제3권에서는 올바름과 이로움의 상충에 대해 다뤘다. 그의 결론은 궁극적으로 “올바른 것은 이롭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으로 마무리된다. 참된 올바름과 이로움을 추구할 때 올바름은 이로움이고, 이로움은 올바름이 된다는 것이다.

「성직자」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하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분배 정의,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며,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의 원천이기도 하다.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그리스도교 행복론도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 장은 우정에 관한 아름다운 성찰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키케로의 「우정론」을 넘어 아우구스티누스와 요한 카시아누스로 이어지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우정론이다.

「성직자」는 성직자 양성을 위해 성직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덕행을 제시했지만 일반 신자들도 실천할 만한 덕목이 대부분이다. 성직자와 공직자를 아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규범이자 유럽 정신의 밑거름이 됐다.

「성직자」를 번역한 교부학자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해제에서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랑의 질서에 따라 세상 명리에 초연하여 올바름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제시하는 인간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