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쿠데타 그리고 험담 / 황소희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24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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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소식을 들으며 새삼 문민통제를 받지 않는 군조직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구금되고,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들이 내린 결정에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폭력적인 강압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군부가 국가를 불법적으로 포획한 상태인데,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까닭은 군부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를 지닌 대규모 조직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군부가 자의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조건은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이 군조직을 통제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반면 군조직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제어하지 못하면 이들은 언제든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 군부가 정치 전면에 나서거나 특정 세력과 연합해 국가 자원을 군부 중심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태국에서 왕실 권력이 군부와 가까우며, 선출된 권력을 무너트리는 쿠데타가 종종 발생하는 배경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군부에 대한 통제 부재 시 해당 체제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군이 국가와 국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가장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확장된다. 군부 내부 갈등에 외부의 정치 집단이 연합하면 각 세력 간 이해관계에 따라 군벌을 형성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 군조직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위해 무력을 행사할 채비를 하지만, 제어되지 않는다면 내부로 칼을 겨누도록 돌변할 양면적인 속성을 지녔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군부를 향한 우리의 시각에 ‘아이고’ 소리가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 쉽게 북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거나, 주요 군부 인사가 지도자 일가를 먼저 공격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북한 관련 뉴스 댓글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난스럽게 표현된 의견을 넘어, 북한의 현재 정권에 반감을 지닌 반대세력을 키워 내란을 조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등장했었다. 북한 지역 안정성에 대한 고려 없이 “험담을 일삼는 사람은 바보”(잠언 10,18)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리와 맞닿은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지도자에 의해 군부와 체제 전반이 장악된 개인권위주의 체제다. 핵개발 수준이 고도화된 현재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한다면, 군에 대한 통제가 약해져 군벌이 난립하는 북한보다 지금의 북한이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적으로 이루는 데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은 북핵 문제를 협상할 대상이 지도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누가 핵을 통제하는지 알 수 없고, 핵협상 주체가 시시때때로 바뀌어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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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