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장지동성당 연가(牆枝洞聖堂 戀歌) 1 - 성명학(姓名學) / 정연혁 신부

정연혁 신부(제2대리구 장지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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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당은 경기도 광주시 장지동에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지동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제가 우리 성당이 생기기 전에 모본당 본당신부로 있던 중에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빌라들이 급속도로 건설이 되는 과정에서 급하게 성당을 준비했고, 그리고 신설인 우리 성당에 오게 되었습니다. 2018년 12월 18일이 우리 성당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러니 이제 2년 2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난 어린 본당입니다.

모본당 신부로서 분당을 준비하다가 부지 대금 잔액을 치르고 소유권이 교구로 넘어오던 날, 현 성당 부지에 올라가 봤습니다. 2017년의 일입니다. 낮은 야산 정상을 깎아 만든 직사각형 부지에서 앞으로 이 본당에 속할 지역을 내려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란에 있던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 하신 첫 소명의 말씀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저는 그 순간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에서 와서 사목할 사제들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첫 본당 신부님은 고생이 심할 것이 자명했기에 그분을 위해 미리 기도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보니 모본당에 더 가까이 있던 아파트 대단지가 바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곳도 이곳으로 보낼 결심을 자연적으로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길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 아브라함을 이끄신 하느님이신데 눈에 보이는 땅과 신자들을 놓고 사목하는 사제는 오히려 축복을 받은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부르심은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는(창세 17,5 참조) 그분과의 계약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주님을 자신의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할례라는 예식을 통해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된 것입니다. 장지동성당이라는 이름을 묵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지동은 한자로 담장 장(牆)자와 가지 지(枝)자를 씁니다. 이 마을의 옛 이름에 앞가지, 뒷가지가 있습니다. 담장에 늘어진 가지인 것이지요. 저의 추측으로는 광주시의 중심인 경안동의 남쪽 입구에 있는 이 지역에 산이 많아서 나뭇가지가 많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경안동을 둘러싼 담장 같은 지역의 나뭇가지들에서 나온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야곱이 요셉에게 내려준 축복의 말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요셉은 열매 많은 나무, 샘가에 심긴 열매 많은 나무, 그 가지가 담장 너머로 뻗어 간다.”(창세 49,22) 장지동의 이름이 바로 이런 축복이라고 믿고 지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하느님과 우리 신자분들을 보면서 그분의 축복이 어떻게 우리들 사이에서 성장하고 표상화되는지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모르는 분들이 이곳에 입주하여 만들어가는 우리 공동체를 보면 우리의 밝음과 조금 덜 밝음을 하느님께서 당신의 섭리 안에서 늘 길로 만들어 주셨음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장지동성당... 부르심과 축복의 공동체로 태어났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 원천적인 자기 정체성을 영원히 지켜나가는 하느님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정연혁 신부(제2대리구 장지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