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그리스도 안의 가족 / 이주현

이주현(헬레나) (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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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십년지기 친구들이 10명이 있다. 우리가 84년생 동갑내기들이라 모임 명은 ‘찍찍이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다 보니 각기 사는 곳도 다르고 자주 얼굴 보진 못하지만, 단톡방은 10년째 멈추지 않고 있다. 나이가 같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서로 위안이 되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누구에게보다 먼저 우리 찍찍이들 단톡방에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우리 단톡방에는 내가 세례를 받기 전인 5년 전만 해도 천주교 신자가 없었다. 어릴 때 유아세례를 받은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오랜 기간 냉담 중이었고,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 신자도, 불교 신자도 없는 그야말로 종교 청정구역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 주제로 종교가 올라오는 일은 한 번도 없었고,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애, 진로, 결혼 등 30대에 막 들어서는 여자들의 그런 것들이었다.

그 무렵 나는 무척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중 세례를 받게 되었고, 친구들은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도 와서 세례식에 참석해 주었다. 그 후로 나는 본당 활동과 교구 청년 피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신앙생활에 푹 빠지게 되었고 무척이나 들뜨고 신나 보이던 내 모습에 친구들은 점차 천주교라는 종교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결혼이나 연애에 문제가 생기면서 힘든 시간이 한 번씩 찾아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친구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이 그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모른 척 하실 리 없었다. 10명 친구들 중 4명이 같은 해에 세례를 받았고, 나는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대모가 되어 주었다. 또 친구들을 힘들게 했던 고민도 거짓말처럼 모두 해결됐다.

청년회 전례단, 레지오 행동단원, 초등부 교리교사 등 각자 본당에서 활동도 활발하게 하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와 미사도 열심히 바친다. 만나서 먹고 마시기만 했던 우리의 만남도 이제는 성지순례를 하거나 서로의 본당을 방문해 미사를 함께 드리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만나는 시간으로 변해갔다. 누군가 냉담하려 할 때마다 이끌어 주고, 신앙생활의 어려움이 생기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이제는 친구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가족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자주 모여 함께 할 순 없지만, 서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는 내 대녀들이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손민경 이피제니아, 우민지 제나이스, 김경애 가브리엘라, 박은영 베아트리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이주현(헬레나) (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