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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되면 일반병원 원목실부터 활동 못해… 대책 시급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2-02 수정일 2021-02-02 발행일 2021-02-07 제 323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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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종교집단 극단 행위로 “종교는 통제 안 돼” 인식 늘어
영적 돌봄 필요한 환자만 피해 
비대면 돌봄 방안 고심 중
병원과도 현실 대책 논의해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영성부장 황재호 신부가 2019년 4월 16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위생복을 입은 채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황 신부는 그동안 매일 오전 8시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한 기도를 시작으로 하루에 10명 정도의 환자를 만나왔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방문을 하고 있다.

“주님의 힘으로 건강을 주소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반병원의 종교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환자의 심리적, 영적인 치유를 위해 각 병원 내에 원목실을 두고 사목자가 활동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병원 내에서 가장 먼저 제재 대상이 된 곳이 종교시설이었기 때문이다. 감염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커피숍이나 빵집 등 다른 편의시설은 큰 제재를 받지 않고 운영한 것과 달리 종교시설은 문을 닫고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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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에 따르면 교구 관할에 있는 일반병원 원목실은 29곳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일부 병원은 원목실 문을 닫아야 했고 대부분은 환자방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일반병원의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요인이 종교시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 장경민 신부는 “일부 종교집단의 극단적인 행동이 코로나19 확산을 이끌었고, 이러한 사건들 때문에 종교집단들은 종교행위라는 명목으로 통제 밖의 활동을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의 경우 지난해 2월 병원 측으로부터 원목실 문을 닫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했던 3월보다 한 달이나 앞선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공포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영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 신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임종병자성사도 거의 하지 못했고, 10명이 신청을 하면 1명 정도만 해드릴 수 있었다”며 “원목실 문이 닫혀있을 때에도 개인을 통해 기도를 받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지만 그분들을 뵐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반병원 원목실 활동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전체 일반병원 원목실의 재정 공유를 결정했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신부는 “재정공유의 이점이 더욱 많기 때문에 미사가 재개되고 활동이 시작되더라도 이러한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환자방문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문제다. 장 신부는 “이번과 같이 원목자가 환자를 방문할 수 없을 때 가톨릭간병인회 소속 간병인들을 통해 환자와 원목자를 연결해 화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아울러 감염 관리를 위한 종교시설 통제에 관해 병원 측과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설득하는 부분도 코로나19가 끝난 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