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프란치스코 교황,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발효 환영 입장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6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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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려면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어야”
일본 주교들도 환영 공동성명

【바티칸 CNS】 핵무기금지조약 발효에 발맞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각국에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1월 20일 교황청 도서관에서 생방송으로 열린 일반알현에서 “핵무기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공격하고 환경에 오랫동안 악영향을 주는 ‘무분별한 충격’을 가한다”면서 “모든 국가와 국민들이 확고한 결단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 오늘날 전 세계에 필요한 평화와 상호협조를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7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지난해 10월 24일 50개국 비준이 완료돼 1월 22일 발효됐다. 핵무기금지조약은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제조약으로, 당사국이 핵무기나 핵폭발장치를 개발, 실험, 생산, 제조, 획득, 보유, 비축, 이전, 사용 또는 위협하거나 영토에 핵무기나 핵폭발장치의 주둔, 설치 혹은 배치를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핵무기 관련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거나 촉진하거나 유도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어,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 핵무기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티칸은 조약에 가장 먼저 비준한 나라들 중 하나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는 2017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조약에 서명했다. 교황청은 조약 초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적극 참여했다.

핵무기 보유국가와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는 나라들은 조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 현재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

미 국무부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들 9개 나라는 약 1만344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와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1월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를 환영하며 일본의 조약 가입을 촉구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피폭의 상처를 갖고 있는 도시다.

두 주교는 “가톨릭교회의 주교이자 피폭된 도시 시민으로서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능하며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확신에 동감한다”면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철폐돼야 한다”면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는 일본은 유일한 피폭 국가로서 조약에 가입해야 하며, 핵무기 국가와 비핵무기 국가 사이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화를 증진하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