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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제8차 당대회와 새로운 경제발전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6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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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진행된 북쪽의 제8차 당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대표자와 방청자 등 총 7000명의 인원이 참석한 이번 당대회는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당-국가 체제인 북쪽에서 진행하는 당대회는 우리로 따지면 대통령 선거에 맞먹는 커다란 행사입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는 2021년에서 2025년까지 적용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돼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당대회 개회사나 사업총화 보고를 보면 북쪽이 처한 현실과 고민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고민은 개회사에서부터 드러났습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는 자성이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특히 작년에 몰아쳤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자연재해로 인한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해 똑똑히 세워지지 못했으며 과학기술이 실지 나라의 경제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보강하기 위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실태를 분석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북쪽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 사업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연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져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는 것’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비현실적인 계획 제시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인지 경제의 우선순위로 제시한 여러 부문 중에서 숫자로 목표가 제시된 것은 ‘주택’과 ‘건설’ 부문입니다.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건설 관련 분야에 대해서만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어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농업상, 경공업상 등 경제 관련 내각 수뇌부가 대폭 물갈이됐습니다. 과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제시했던 목표가 미달된 데 대한 후속 조치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경제 분야에 대한 북쪽의 목표를 보면 ‘새로운’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상유지’로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도모하기에는 엄혹한 환경이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현상유지’ 영역이 경제에만 국한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이나 우리에 대한 불만에서 북쪽의 대미・대남 외교도 현상유지에 머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북한판 ‘전략적 인내’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