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55)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고유경(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7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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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물러나기만을 손놓고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비대면 ME 주말은 큰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다
소통 방식의 변화일 뿐이다
이런 작은 변화조차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지난 주일 한국 ME가 주관한 화상 회의에 62쌍의 부부가 모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ME 주말을 비대면 방식으로 실시하기 위한 자세한 지침을 설명해 주는 자리였다. 전국 15개 교구 ME 대표 부부와 상임 위원 등 교구별로 적게는 셋, 많게는 여섯 쌍의 부부가 참가했다. 전국 단위 큰 행사가 아닌 일반 회의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건 한국 ME 역사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멈추었던 ME 주말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멈추게 했는데 ME도 예외일 수 없었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진행된 ME 주말은 총 44회였고 442쌍 부부와 사제 26명, 수도자 4명이 참가했다. 2019년에 123회 주말에 1398쌍 부부, 사제 35명, 수도자 14명이 참가한 것에 비교한다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그것도 1월과 2월에 실시되었고 3월 이후에는 대부분의 주말이 취소되었다.

ME 운동은 부부가 변화함으로써 자녀가 변하고 세상이 변화된다는 가치관과 필요성에서 시작되어 55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최근 10년간 사회의 변화와 부부상의 변화로 인해 ME 운동이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좀 더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고 싶은 부부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ME는 수많은 기적의 시간이 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기회를 얻기 원하는 부부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ME 주말은 그동안 2박3일 함께 숙식하면서 진행되어 왔지만 모임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계속 취소하는 대신 새롭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이어졌고 지난해 하반기에 비대면 디퍼 주말 2회, 일반 주말 2회의 값진 결실을 이뤄냈다.

설명회가 진행될수록 ME 주말을 비대면으로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반신반의하던 부부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고, 의구심도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방식이지만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참가 부부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질 것이라는 확신과 이 또한 우리를 도구로 써서 주님께서 능히 해내실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전해 주고 싶었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저 코로나19가 물러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비대면 주말 지침을 자세히 설명해 드린 뒤 언제든 요청하면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많은 교구 대표님들이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 주셨다. 이제 교구에서는 차근차근 준비해서 차례차례 비대면 ME 주말이 진행될 것이다. 물론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물러나 전처럼 대면 방식으로 ME 주말을 하게 된다면 더 바람이 없겠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더 이상 주말이 취소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어려움이 있다면 서로 도움을 청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 두렵다고 주춤주춤하기에는 너무 오래 중단되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ME는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 ME와 아시아 ME에서는 각국의 변화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신중하게 변화해 오고 있다. 작년에는 요즘 감각에 맞게 ME 로고 디자인도 바꿨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야 현대를 사는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을 지켜 오되 변화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50년 넘게 ME 역사가 이어져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비대면 ME 주말은 큰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다. 소통 방식의 변화일 뿐이다. 이런 작은 변화조차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모인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사도 18,9)

고유경(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