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주님 말씀 경청하며 사랑의 일치 다짐합니다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7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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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

제1독서(신명 18,15-20) 제2독서(1코린 7,32-35) 복음(마르 1,21ㄴ-28)
생명과 사랑의 길로 인도하시는 주님 목소리에 찬미와 감사를
재물·권력·명예 유혹 물리치고 기도로 진정한 평화 얻게 되길

1월 마지막 주일은 해외 원조 주일입니다. 한국교회는 가난한 나라들을 한 가족으로 여겨 자비의 손길을 폅니다. 연중 제4주일인 오늘의 복음은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침의 중심이며, 영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 스승이심을 현시합니다. 기도와 성사로 우리는 영혼의 생명이신 주님과 친교를 이루기로 굳게 다짐합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자신과 같은 참 예언자를 세우시니 백성들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선포합니다(제1독서). 예언자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낸 해방자이고, 시나이산에서 계시하신 십계명의 중개자입니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무딘 백성들이 분명히 기억하라고 계명을 돌판에 새겨주십니다. 십계명은 인간의 마음을 사랑의 덕으로 양육하는 생명의 길입니다.

악령이나 악습에 젖은 사람의 역겨운 짓과 자기중심의 우상숭배는 주님과 친교를 가로막습니다. 백성들은 늘 하느님을 경외하기에 중개자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 시대에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을 전하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예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온유하게 가집니다(화답송, 시편 95). 광야에서 목마른 백성들이 모세와 시비하며 주님의 현존을 시험하자, 모세는 지팡이로 구원의 바위를 쳐 샘솟는 물을 마시게 합니다. 주님 목장의 양 떼인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삶에 걱정이 없기를 바랍니다(제2독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피조물 가운데 가정은 참 아름답습니다. 혼인은 하느님 모습으로 인간을 남녀로 창조하신 사랑의 친교이기 때문입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혼인 생활은 소유와 갈등과 불신으로 빚어지는 고통을 견뎌야 하고, 때로는 파탄에 이릅니다.

미혼자는 주님의 일을 걱정하지만, 혼인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배우자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고 세상일을 걱정하여 마음이 갈라집니다. 우리가 세례와 혼인 성사에서 서약한 대로 살면, 교회와 한 몸이 되어 주님만을 섬기고 형제애로 삽니다.

‘악령 들린 사람을 치유하시는 예수님’(12세기), 프랑스 파리 상트 레네비레베 도서관 소장

오늘의 복음 말씀은 메시아의 비밀을 현시합니다. 안식일에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행복의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치유의 은총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은 율법학자와 달리 새롭고 권위 있으며, 더러운 영도 말씀에 복종하기에 모두가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놀랍니다.

회당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괴력으로 소리를 지릅니다. “나자렛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마르 1,24)?” 더러운 영은 거룩하신 하느님께 저항하는 악마입니다.

악마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시고, 자기 힘을 꺾는 분이심을 알기에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고 경계합니다. 주님께서는 꾸짖으십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 더러운 영은 주님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악마는 존재할까요? 스마트 시대인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악의 유혹에 걸려 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악마는 신화와 전설, 헛된 공상과 관념의 존재가 아니라 더러운 영임을 깨닫습니다, ‘거짓말쟁이’인 악마는 호의적으로 유혹하고, 때론 악의적으로, 때론 변덕스럽게 개입하여 주님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영혼의 구원을 가로막습니다.

악의 기원은 유혹을 받은 인간이 자유를 남용한 원죄입니다(창세 3장). 성경, 교리서, 역대 교황님들의 교서는 악마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전능하신 주님께 굴복함을 선포합니다. 생명 나무의 열매를 먹는 이들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고, 악의 유혹에 빠진 이들은 절망입니다(묵시 22장). 교회는 ‘주님의 기도’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간청하고, 악령이 들린 징후를 식별하며, 성령의 힘으로 ‘구마기도’를 통해 악마를 물리칩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단식하시며, 악마의 유혹을 세 차례 받으셨습니다(마태 4,1-11; 마르 1,12-13; 루카 4,1-13). 나약한 인간은 누구나 빠지기 쉬운 재물과 권력과 명예의 유혹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모든 말씀으로 살며,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고, 그분만을 섬겨야 한다는 성경에 기록된 말씀으로 물리치십니다.

“주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을 밝히는 빛이옵니다(시편 119,105).”. 오늘 “조용히 하여라.” 하신 말씀을 마음에 간직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도록 시간을 내어드리고 침묵 속에 경청하며 주님과 친교로 내면의 정화와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악의 유혹에 맞서는 길은 영혼의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믿고 바라고 사랑함에 있습니다.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는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겸손입니다. 진리의 성령께서는 우리가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도록 새 생기를 불어 넣어주십니다.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마르 9,23).” 아멘.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