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람이 되려면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1-26 수정일 2021-01-26 발행일 2021-01-31 제 323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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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욕구보다 의미 추구
어릴 때부터 기도생활 실천하면 의미 있는 삶 사는 데 큰 도움

입양한 아이 정인이를 죽인 양모 사건으로 전국이 울분으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서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분노에 찬 외침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가족 전체가 개신교 집안이라는 사실이 더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요. 그 한 여자로 인해 개신교, 입양한 아이를 둔 부모들까지 찬물을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그 양모는 종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양육과정이 잘못돼 만들어진 성격장애 괴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개신교 집안인데 종교와 상관없다니?’라고 반문을 제기하실지 모르지만 종교보다는 양육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정인이 양모가 가진 문제는 지독한 자기애적 성격장애입니다. 자기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로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정인이를 심통 사나운 아이처럼 사람이 아닌 인형 취급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연극성 성격장애가 보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천사처럼 행동했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합니다. 한마디로 진상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괴물이 생긴 것일까요. 역설적이게도 기도하지 않는 삶을 살아서입니다. 아무리 부모가 목회자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기도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겉도는 포장용이 되고 내부에서는 괴물이 자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간은 진화과정을 거치며 파충류의 뇌에서 포유류의 뇌, 영장류의 뇌로 발달했는데, 미처 영장류의 뇌로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미성숙한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파충류나 포유류의 뇌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보고 벌레만도 못한 놈, 짐승 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것입니다. 정인이 양모 역시 발달이 덜 된 미성숙한 포유류과의 뇌였던 것입니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의미가 없이 욕구만 충족하려 하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지요. 그런 사람들을 ‘의미맹’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의미 추구의 욕구가 생기게 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인간 마음 안의 영적인 영역이 열리면서 존재의 의미와 생명의 연결성을 깨닫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수많은 의인들은 바로 의미를 추구하는 영장류의 뇌가 발달한 사람들입니다. 정인이 양모 같은 괴물들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의미를 깨닫는 기도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아이가 없어 고민하다가 일본에 영험한 성모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찾아갔습니다. 시어머니는 ‘성모님! 제 며느리가 임신하게 도와주세요’ 하며 손으로 배부른 시늉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성모상이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깜짝 놀란 시어머니가 바로 며느리에게 소식을 전하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엉뚱하게도 시어머니가 임신을 했습니다. 화가 난 시어머니가 다시 일본 성모상을 찾아가서 따졌습니다. 그러자 성모님이 옆에 있던 통역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랍니다.

“내가 한국말을 잘 몰라서 네가 임신하게 해 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고 하셨답니다. 해외에서는 그 나라말로 기도하셔야 합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