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라디오 드라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조수연 작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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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눈으로 오늘날 한국사회 성찰”
통속적인 엄숙주의서 탈피
드라마적 재미 강조할 예정
200년 시공간 넘어 시대 비교
청취자 더 큰 공감 얻을 생각

조수연 작가는 “이제 김대건 신부가 천주교회만의 성인이 아니라, 현대인들 모두의 친구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엄숙주의를 배제하고 ‘소비자’ 중심의 김대건 신부 이야기를 들려 줄 생각입니다.”

cpbc대전가톨릭평화방송(사장 백현 신부)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삶을 담은 라디오 드라마를 선보인다. 각회 8분 남짓, 30회 분량인 라디오 드라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연출 최순희)는 2월 22일부터 4월 2일까지 주 5회 전국 편성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극본을 맡은 조수연 작가는 이 드라마가 엄숙한 성인전이 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통속적인 엄숙주의가 밴 위인전은 탈피할 것입니다. 2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당시와 지금의 시대를 비교하면서, 김대건 신부님의 눈으로 보는 2021년 대한민국 사회를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조 작가는 김대건 신부 드라마가 “단지 한 위대한 종교인의 거룩한 삶과 고난의 길만 담아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김대건 신부라는 드라마적 캐릭터를 활용해서, 우리 시대 천주교 신자들, 나아가서 현대인들에게 그분이 지금 우리 사회를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성찰합니다.”

그는 여기에 무엇보다 드라마적 재미를 강조한다. 아무리 작품이 빼어나도 ‘소비자’, 즉 청취자들이 귀 기울일 수 있는 재미가 확보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교구청 신부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1·2회분 시사회에서 큰 박수와 호응이 이어졌다.

“최초의 한국인 사제라는 점을 제쳐두고, 김대건이라는 자연인으로서도 그분은 현대인들에게 크게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조선 말기, 서양 문물을 전혀 접해 보지 않았던 젊은이가 서양 문화와 철학의 뿌리인 천주교를 만나고 자신의 온 삶을 걸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열정과 모험, 도전적인 삶의 표상이지요.”

조 작가는 극적인 재미와 200년의 시차를 오가는 흐름을 돕기 위해서 인공지능 AI를 등장시킨다.

“AI는 오늘날 현대 문명의 총아입니다. AI는 이 드라마에서 시공간과 역사의 흐름을 넘나들며, 200년 전 김대건 신부가 접하지 못했던 현대 사회와 문화의 요소들을 그에게 연결시켜 주는 접점을 만듭니다.”

조 작가는 사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신앙인이 아니라는 점이 드라마의 창의성과 대중성을 더해 줬다.

“기획, 제작을 맡은 대전가톨릭평화방송은 제게 창작의 자유를 최대로 확보해 주셨습니다. ‘성인전’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공감해 주셨지요.”

이제 중요한 것은 더 나아가는 일이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김대건 신부는 교회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천주교만의 성인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친구이고 위인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분의 삶이 담고 있는 보편성과 재미, 인간미 등을 극에 담아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김대건, 그리고 천주교에 한 발자국씩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