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하느님의 말씀 주일’에 관한 경신성사성 공지 내용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의 울림 특별히 강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맞아 성경의 중요성 다시금 일깨워
성찬례 안에서 만나는 성경, 그리스도인 기르며 힘을 주어 복음의 참다운 증인 되게 해
말씀 선포 위한 준비와 함께 독서대가 지니는 중요성 등 구체적인 설명과 제안 담아

복음서를 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 공지를 통해 특별히 성찬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과의 만남을 수차례 강조한다. CNS 자료사진

전 세계 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지내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1월 24일)을 맞아 교황청 경신성사성(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 낸 공지의 주된 목적은 신앙인의 삶에서 성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자 하는 데에 있다.

해를 넘기며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으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나온 이번 공지는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해법이 오롯이 성경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9년 9월 30일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발표해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하면서 밝힌 뜻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당시 교황은 교서에서 “성경이 없다면 이 세상에서 예수님과 그분 교회의 사명에 따른 여러 사건은 이해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라며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지에서 교회는 성경의 중요성에 대한 깨우침이 “하느님과 생생하고 항구한 대화의 자리가 되는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의 울림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전례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언명은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전례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공지에서는 또한 “무엇보다도 성찬례에서 경청하고 거행하는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을 기르며 그들에게 내적인 힘을 주어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복음의 참다운 증인이 되도록 한다”며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성경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역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번 공지에서는 특별히 성찬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과의 만남을 수차례 강조한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처음 마주한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각 지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과도 관련이 있다. 대륙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지역교회 신자들이 전례 거행과 참례에서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처럼 여겨지던 미사 참례 길이 막히고 다른 전례 거행마저 수시로 단절되는 오늘의 현실은 자칫 ‘수없이 많은 형태로 눈이 먼 채, 감은 눈과 냉담한 마음만 지니게 될’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런 참담하기까지 한 현실의 해법을 성경, 특히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성경의 울림’에서 찾고 있다.

이 같은 강조점에 따라 공지에서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일부 교회 문서들과 특히 「미사 독서 목록 지침」(Ordo Lectionum Missae, Praenotanda)을 다시 한번 읽어 볼 좋은 기회”라며 “이러한 문서들에는 미사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신학적 예식적 사목적 원칙들이 종합적으로 제시돼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문서는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성경 독서들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친히 당신 복음을 선포하신다”고 강조하고 “하느님의 말씀 주일에 적합한 예식 방식들 가운데 하나로, 「복음집」을 입당 행렬 때 들고 가거나 행렬 없이 「복음집」을 제대 위에 놓아둘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어 “교회가 「독서집」 안에 배정한 성경 독서들의 순서는 하느님 말씀 전체를 이해하는 길을 열어 준다”면서 “제시된 독서들은 대체하거나 삭제하지 말고 반드시 존중해야 하며 전례용으로 승인 받은 성경 본문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기도하는 교회의 응답인 시편 화답송은 노래로 하는 것을 권장하고 “모든 공동체 안에 시편 담당자의 역할을 증진해야 한다”고 밝힌다.

아울러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강론이 “전례주년의 흐름 안에서 성경 독서들로 시작해 신앙의 신비와 그리스도교 삶의 규범을 해설한다”면서 “모든 이가 성경을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도와줘야 하는 중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목자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묵상에 도움이 돼 듣는 이가 하느님 말씀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게 해 주는 침묵에 각별한 중요성이 부여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나아가 교회는 “회중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들인 사제와 부제와 독서자에게 언제나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면서 “이러한 직무를 위해서는 모든 즉흥성을 지양하고 특별한 내적 외적 준비, 선포할 성경 본문에 대한 친숙함, 선포 방식에 대한 필수적인 연습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말씀 선포가 이뤄지는 독서대에 특별한 강조점을 둔 부분도 눈길을 끈다. 공지는 “독서대는 기능적 비품이 아니라 제대와 조화를 이뤄 하느님 말씀의 존엄성에 어울리는 장소”라고 강조하고 “독서대에서는 오로지 독서, 시편 화답송, 파스카 찬송만을 한다. 그리고 강론과 보편 지향 기도도 독서대에서 할 수 있다”고 밝힌다. 반면에, 해설, 공지, 성가 지휘를 위해 독서대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번 공지에서는 또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성경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적절한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 주일의 준비 기간 또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기간에, 전례 거행에서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 모임을 증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 “성경과 시간 전례, 성무일도의 시편 기도와 찬미가, 성경 독서 사이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라고 밝히고 “이는 아침기도와 저녁기도의 공동체 거행을 권장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성경 본문을 담고 있는 책들은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공경을 듣는 이들에게 불러일으킨다”면서 “전례서들을 대신해 소책자, 복사본, 다른 사목적 보조 수단에 의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